이제 더위도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도 부는군요..
다들 일교차 때문에 고생하진 않으시는지 모르겠네요..

아직 학교에 있어서.. 신학기 개강 땜에 바쁜 분들도 있겠군요..
강의를 들으러 가는 분들도 계시고..
또 거꾸로 강의를 하러 가는 분들도 계시겠네요..
또.. 강의를 하는 분들은 강의 준비에 정신 없을 수도 있겠구요..
 
오랜만에 다시 대학 생활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새로 시작하는 대학 생활이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적응하기가 만만찮을 것 같기도 하고..
또 대학의 풋풋함과 발랄함을 다시 맛보는.. 그런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군요..ㅋ
(개인적으로.. 여러 번 학교를 옮겨본 경험이 있는 저는.. 그때마다 적응하느라 되게 힘들었습니다.. 별로 사회 적응력이 뛰어나지 않거든요..ㅋㅋ)

그래도.. 학교란 게 뭐랄까.. 졸업한 사람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지요..
사람들과 어울려.. 밤새 술먹고 노래하고 떠들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또 근사한 연애도 하고.. (아니 사실은 끔찍한 연앤가요..ㅋ)
암튼.. 뭐 이런 기억들을 함께 떠오르게 하는 구석이 있지요.. 최소한 저한테는 그렇습니다..
이게 일상이거나.. 혹은 나이 먹고.. 생활에 찌들어 지내다 보면.. 그렇게 즐겁게만 느껴지기 힘들지만..
그래도 학교에 왔다갔다 하는 분들은.. 오랜만의 캠퍼스를 한번 즐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생활 속의 여유랄까.. 남들은 일부러 하기도 힘든 호사잖아요..ㅋ 학교 산책로나 호수에 있는.. 꽃이나 나무도 한번씩 감상해 보는.. 남들은 쉽게 할 수 없는 호사를 한번씩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싶네요.. 더구나 이제부터는 가을이잖아요..ㅋㅋ

* * *

지난 일년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오던 경제학 세미나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주에 진행된 첫 경제학 세미나는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온 만큼 열화와 같은 성원속에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다들 세미나가 너무 재밌어서.. 집에 가는 것도 잊고.. 밤새도록 세미나만 하자고 하는 걸.. 겨우 달래서 집에 보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같이 하지 못해서 많이 아쉬운데요.. 경제학 공부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같이 해주셔도 좋겠습니다..

또.. 9월을 맞아 저희 블로그의 지면 개편/확대가 단행되었습니다.. (이건 카테고리 개편이라고 해야 되나요..암튼..)
먼저 그동안 시사논평에서 연재되고 있던 "개천에서 용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은 아예 별도의 카테고리에 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이 카테고리를 이 시리즈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청소년" 문제 전반에 대한 카테고리로 확장을 했습니다.. 교육문제나 청소년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 카테고리에 글을 올려주시면 되겠습니다..
또 그동안 준비되고 있던 컨텐츠 중에서 두 개의 컨텐츠가 새로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그 동안 고양이를 키웠던 경험담을 livewin님이 올려주실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요리와 맛집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와 정보를 naness님이 올려주시겠습니다.. 모두 생활에 밀착된 컨텐츠들이라 앞으로 어떤 글들이 올라올지 자못 기대가 큽니다.. 다들 재밌게 읽어주세요..
(또다른 컨텐츠들도 준비되고 있는데요.. 준비되는대로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카테고리 명칭은 제 맘대로 달았습니다.. 맘에 안드시더라도 너무 괴로워하지 마시길..ㅋㅋ 혹시 더 좋은 이름이 생각나시면.. 저한테 얘기해주세요.. 언제든지 바꿔드리겠습니다..
(이 중 하나는 절정의 인기를 자랑하는 고품격 퀴즈쇼에서 이름을 베껴왔습니다..ㅋㅋ)

어제는 좀 의외의 뉴스가 있었지요..
차기 총리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지명되었는데요.. 다들 의외다 싶으셨죠? 저도 그랬습니다..
이런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이번 개각은 일단 성공적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뭔가 새롭고 신선하고.. 그래서 뭔가 이번에는 다를 것 같다.. 뭐 이런 느낌이 들잖아요?^^
중도실용이다 뭐다.. 그거 다 쇼다..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그래도 저렇게까지 하는 걸 보니 좀 진정성이 보인다.. 좀 기대해보자..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네요.. 아마 지지율에도 도움이 될 것 같구요..
암튼.. 이번 총리 지명에 대해서는 이명박이 점수를 많이 얻을 것 같습니다.. 나름 잘 한 일이기도 하구요.. (김종인 이야기도 끝까지 나왔지만.. 전 아마 안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혼자서 베팅했었죠.. 제 생각이 맞았습니다..^^;; 김종인이 되었다면.. 이명박이 진짜 생각이 바뀐 거였겠죠..)
근데.. 사실 의외인 것은 이명박이 아니라 정운찬이죠.. 정운찬은 이걸 왜 받았을까..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나아가.. 왜 생각이 달라졌을까.. 하는 거죠..
(정운찬 입장에서는 평소 소신을 다 꺾고 받아들인 거죠.. 정정길 비서실장이 정운찬을 만났을 때.. 두 가지를 물어봤답니다.. 4대강과 세종시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4대강 반대하고.. 세종시 축소에 반대하면 같이 할 수 없다고.. 정운찬은 고민고민하다가 이 두가지에 오케이 한 거죠.. 어제 정운찬이 기자들한테도 이 두 가지에 동의한다고 밝혔죠..)
게다가.. 이게 좀 논란이 많이 될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이제 평소에 본인이 했던 이야기 다 바꿔야 하거든요.. 예컨대 인사청문에서 이런 게 별 무리없이 넘어갈까.. 별로 그렇지 않을 것 같거든요.. (다음 글 한번 읽어보시죠.. 제 생각하고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54294 여기서도 필자가 인사청문회 얘기를 하죠? 이런 예상질문에 정운찬은 어떻게 답변할까? 자못 궁금합니다..)
결론적으로.. 당장에는 정운찬효과를 클 것 같긴 한데.. 근데.. 이게 장기적으로는 어떨까.. 이게 좀더 지켜볼 점입니다..
정운찬 본인에게도.. 이번이 일생일대의 도박인 건 분명합니다.. 교수와 대학총장에서 첫 관계 내지 정계진출이라는 점에서도 그러하고요.. 오랫동안 그는 개혁 쪽 이미지가 강했는데.. 그의 발언이나 인맥으로 봐서도 그렇고요.. 근데 선택은 한나라당이었다는 것도 그렇고요.. 과연 이 위험한 도박을 우리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자못 궁금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암튼 신종플루 땜에 다들 걱정이 많으신데요.. 다들 건강 챙기시고요.. 운동을 하다 중단하신 분들은 가을을 맞아 다시 운동을 시작하는 결심이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근사하고 따끈따끈한 락큰롤 한 곡 감상하시면서 활기찬 2학기 혹은 하반기 계획해보시죠.. 끝까지 보시면 의외의 반가운 얼굴도 볼 수 있습니다..ㅋㅋ
비둘기야 어딜 가니 나랑 같이 술마시자~
http://music.daum.net/song/songVideo.do?songId=8085743&videoId=5618
Posted by vinov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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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정대진 (책마루, 2009년)
상세보기

* 본 글은 초안이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위 도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글 싣는 순서>

막힌 물길

중학교 3학년, 이재민의 경우/ 꿈은 꿈일 뿐이다 / 함께 꾸는 꿈도 현실이 되지 않는다 / 계속 꿈만 꾸어야 하는가 / 다른 꿈을 꿀 수는 없을까 / 다른 꿈도 못 꿀 수 있다 / 볕도 안 드는 뿌연 개천에서 살아가기 / 통계로 보는 볕 안 드는 개천 바닥 / 오늘날의 개천은 강과 바다로 닿지 않는다 / 강과 바다에 사는 아이들은 행복할까

개천에서도 용은 났으나

개천에서도 용은 났으나 / 다이너마이트에 불장난하는 대한민국? / 억울하면 출세해라, 왕조의 몰락과 식민지배/ 억울하면 출세해라, 정부수립과 고착된 기회주의 / 억울하면 출세해라, 뿌리 깊은 기득권과 막힌 공로(公路)/ 개천에서 용 되려면 무조건 “중앙으로!” / 대학입시는 계급투쟁 / 가족 이기주의 / 늘어나는 사회비용 / 인삼이나 산삼보다 귀한 고3 / 무한발전 사교육 / 병목현상 / 패자부활전도 없다 / 왜 이렇게까지 / 개천에서 난 용 한 두 마리로는 안 된다

물길을 트자

한 곳으로만 흐르는 물길, 막힐 수밖에 없다 / 한 곳으로 갈 거면 물길이라도 다양하게 / 개인의 의지보다는 시스템으로 / 시스템의 가능성 하나, 국가 엘리트 육성 프로그램 / 가능성이 여는 세상①- 개천에서 난 용,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다 / 시스템의 가능성 둘, 교육발전종합계획 / 가능성이 여는 세상 ② - 두렵지 않은 ‘제2의 인생’,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세상 / 새로운 사회를 위한 가능성, 만16세 투표권 / 가능성이 여는 세상 ③ - ‘엘리트 농사꾼’, 김의원



무한발전 사교육

비단 나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대학입시 경험이 있는 사람이거나 현재 그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학부모라면 이 구조와 환경을 이해하고 동의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모두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을 완화시켜 교육을 정상화시키자고 말한다. 다양한 정책연구와 제안이 꼬리를 물고 나온다. 지난 수십 년간 과외교습을 전면 금지하기도 하고, 고교 평준화를 시행하기도 하고, 생활기록부를 세분화해서 내신과 수행평가 등의 비중을 늘리기도 하고, 일선 학교에서의 방과 후 교실을 확대하고, 학원의 심야교습을 금지시키려고 하기도 했다.

그 밖에 대학입시를 다양화하고 자율화해서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학생들을 줄 세우기 식으로 선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정책적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이해찬 세대’로 불리는 1983년생 이후의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는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 간다”는 말이 유행했다. 수시 선발제도가 도입되고 다양한 특기자 전형이 실시되면서 대학입시 당사자도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유형의 대입전형이 등장했다. 누구든지 특별히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자기 적성과 능력에 따라 한두 군데 비집고 들어갈 구석이 생기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수시선발에 필요한 자기소개서를 지도하고 심층면접을 준비시켜주는 신종 사교육이 탄생했다. 학교에서는 졸다가 방과 후에는 늦은 밤까지 엄마가 짜준 학원 스케줄을 따라다니느라 ‘자기’를 찾을 겨를이 없던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자기’를 찾아 적성까지 발굴해주는 서비스가 생겨난 것이다. 대학별로 수학과 과학 시험 등을 주관식으로 실시하자 수학논술, 과학논술 등의 명목으로 사교육 과목도 팽창했다. 대학과 교육당국의 의도는 객관식 문제풀이에만 능숙한 학생이 아닌 대학에서 자율적 학습 및 연구를 할 준비가 되어있는 학생들을 뽑으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자기 생각’ 마저도 짜주는 사교육 프로그램의 발전으로 귀결되었다.

또 자정이 넘은 밤늦은 시간에 아파트 단지를 지나다보면 가끔씩 줄넘기나 배드민턴 등을 하는 고등학생들을 볼 수도 있다. 나는 처음에는 애들이 웬 ‘달밤에 체조’를 하나하고 이상하게 여겼다. 친구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이 얘기를 했더니 고등학교 교사를 하는 한 친구가 “걔네 다 수행평가 준비하는 거야. 학교, 학원 다 끝나고 준비할 시간이 없으니 그 밤 시간에 연습할 수밖에 없지. 그 점수 잘 받아보겠다고 체대생한테 줄넘기 과외 받는 애들도 있어”라고 그 이유를 알려주었다. 다양한 입시정책은 다양한 사교육을 낳고 있을 뿐이었다.

병목현상

이렇게 무한히 변화 발전하는 사교육을 앞에 두고 공교육을 강화하고자 하는 각종 시책은 번번이 실패했다. 사교육을 잡겠다고 대학입시정책을 다양하게 바꾸어봤자 일선 교육현장과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었다. 심지어 대학입시에 관한 대통령 선거공약으로는 “아무 것도 안 바꾸겠다”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표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전략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왔다.

정치와 행정은 대학입시의 뒷꽁무니만 쫓으며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6월 일선 교육감들과의 만남에서 “사교육을 잡겠다고 하면 내 딸도 믿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사교육을 잡아 서민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같은 자리에 배석한 교육부 장관에게는 “밤 10시 이후 학원 심야교습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원가의 로비가 세긴 센 모양”이라며 질타했다. 이에 교육부는 긴급 공문을 시달해 학원 심야교습 단속반을 급조하여 단속을 돌았다.

그러나 단속 소식이 미리 알려졌는지 대형학원들은 밤10시 이전에 학생들을 돌려보냈고 작은 학원 몇 군데만 단속망에 걸려들었다. 학원장들은 “기말고사 기간에 학생들이 질문이 있다고 하는데 그냥 돌려보내냐”며 거칠게 항의했다고 언론보도는 전한다.

대학입시가 가장 중요한 계급투쟁의 현장이고 SKY로 일컬어지는 명문대 서열주의가 모든 중앙권력의 원천인 우리 사회에서 이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사교육은 절대 근절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대책은 주로 이 구조 개선보다는 증상완화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서울 사대문 안의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엘리트층을 이루고 있는 상태에서 명문대 서열주의 혹은 순열주의를 깨기는 애시당초 힘들다. 자기가 나온 모교에 칼을 들이대는 개혁에 용감하게 찬성하고 나설 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 덕분에 SKY를 중심으로 한 명문대는 지난 십 수년간 꾸준히 정원을 늘리며 팽창정책을 펴왔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경우 2008년 현재 각각 2만여 명(연세대 2만4천여명, 고려대 2만여 명)이상의 재학생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대학원생까지 합치면 2만 6천여 명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경우 1만 명 안팎의 학생이 재학중이다. 미국 인구가 3억 명 정도인 수준임을 감안하고 하버드 대학에 전 세계의 인재들이 유학 온다는 점도 고려하면 인구 5천만에 유학생도 거의 없는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명문대 정원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공급을 확대하면 자연스럽게 병목현상이 줄어들어야 할 텐데 지금까지 드러난 현상은 그 반대였다. 명문대의 정원이 늘어나자 오히려 너도나도 그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더욱 경쟁에 가열차게 뛰어들었다. 자연스럽게 가혹한 입시경쟁과 사교육 확대도 뒤따랐다. 적어도 1990년대 말에 내가 대학에 갈 때까지만 해도 내신 성적 좀 괜찮고 수능 잘 보면 그럭저럭 서울 안의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 2000년대에 들어 내가 직접 학원 강사를 하며 지켜본 아이들의 대학입시 풍경은 놀라울 뿐이었다. 내신, 수능, 논술 그 밖의 특기적성 등등 챙기고 준비해야할 게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정식 교과과정은 고등학교 3년 그대로였다. 고3이 된 아이들의 1년 스케줄은 3월에 개학을 하고 5월과 7월에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고 10월에 2학기 중간고사를 치른 후 11월에는 대학수능을 봐야 한다. 그리고 그 후에 대학별 논술시험 등의 정기대입 일정을 따라야 한다. 중간에 대학수시전형까지 치러야 할 경우 준비시간은 매우 빠듯하다. 그냥 하루 이틀 뚝딱 해치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수능공부와 내신시험, 수시전형과 정시전형 등을 다 소화하려다보면 초인적인 체력과 학습량, 전문 주식투자와도 같은 입시 컨설턴트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고3이 되기 전에 수능공부는 거의 다 마쳐두어야 하고 고1,2 때부터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맞추어서 필요한 입시사항 등을 준비해두어야 한다. 따라서 선행학습을 해야만 하고 이는 공교육에서 해결해주지 않는 영역이기에 필연적으로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고3때 대학입시의 한 사이클을 돈 후에 문제점을 보완해가며 다시 대학입시 한 사이클을 더 돌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를 실제로 4년 다니는 생활을 하게 된다. 따라서 명문대에 가기 위해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자조어린 말까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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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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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시국선언한 교수가 4000명이 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한쪽에선 이것봐라, 드디어 교수들까지 들고 일어났다라고 비분강개 했으며, 다른 한쪽에선 시국선언을 한 교수는 교수 전체의 10% 밖에 미치지 못하는 숫자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모두 다 다른 신념과 가치체계를 가지고 살기 때문에, 누구는 이 정부에 찬성하고 혹은 반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는 시국선언을 할 수도 있고, 누구는 그게 무슨 엉뚱한 짓이냐고 손가락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야 어찌되었던, 법집행은 공정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이전 글에서 전 시국선언한 초중고 선생님들을 면직, 파면 등의 중징계와 비슷하게 서울대 등 국립대 교수들만이라도 같은 강도의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강하게 요청한 바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시국선언을 한 4000명이 넘는다는 교수들을 모두 다 조사할 것을 강력하게 외쳐봅니다. 그것도 새로운 첨단 기법으로 말입니다.

얼마 전 비분강개할만한 뉴스를 보았습니다. 여러모도 정부 비판적인 언행을 보여주었던 진중권씨가 중대 겸임교수 임용에 떨어진데 이어 홍대에서도 수업조차 못하게 된 기사였습니다. 더불어 일부 지방대에선 시국선언에 나선 교수들이 해임될 수도 있다는 조짐이 있다는 얘기까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374394.html 

사실은 처음엔 화가 났지만, 드디어 제가 처음에 이야기한 것처럼 공정한 법집행이 이루어지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제가 주장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수들이 짤렸다는 뉴스는, 진중권씨처럼 불안정한 위치의 강사들이 아니라 정교수가 짤렸다는 뉴스는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조사와 처벌도 그 사회적 파장을 생각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겸임교수 같은 강사들 말고 정말 대학교수 간판을 갖고 살아가는 분들을 조사하고 짤라야 그게 더 효과적이고 더 정당성 있어 보이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정부에서 직무유기를 하고 있나봅니다. 패킷 감청이라는 새로운 수사기법을 찾아낸 국정원이 이 수사기법을 경찰, 검찰, 교육부에게 얼릉 전수해주어 나머지 서울주요대학 정교수님들을 조사하게 만들어주어야 할텐데요.
관련기사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2583

혹시 몰라 제가 노파심에 비법을 전수해드립니다. 패킷 감청이라는 건, 인터넷 회선에서 오가는 전자신호(패킷)를 중간에서 빼내 수사 대상자의 컴퓨터와 똑같은 화면을 실시간으로 보는 것입니다. 기존의 ‘인터넷 감청’은 이미 주고받은 전자우편을 나중에 열어 보는 것인데, 패킷 감청은 인터넷 검색이나 메신저 대화 내용, 파일 내려받기 등 모든 인터넷 사용 내용을 감시할 수 있다고 합니다(이전 기사 참고).

그렇다면 설마 정부가 저 4000명의 이메일주소를 몰라 그러는걸까요? 각 대학 별로 갖고 있는 학과 홈페이지에 가면 교수들이 실제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가 올라와 있는데, 정부 여러분 참고해 주세요! 가끔 가다 개념 없는 조교들은 핸드폰 번호에 다른 이메일 계정까지도 알려주니까 부디 이쪽 루트를 통해 조사해주세요! 라고 외치고 싶네요...

보수건 진보건, 자유주의자건 사회주의자건,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치주의라는 틀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법집행은 공정명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는 모든 걸 떠나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기본 원칙입니다.

혹시, 교육부가 능력이 없다면, 검경이 대신하고, 검경으로는 도저히 어렵다면, 국정원 여러분들께서 최신 기법으로 저 4000명이 넘는 자들 중에 부디 앞장 선 행동하는 양심, 깨어있는 시민을 조사하여 잡아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시국선언 이후 중징계에 처해진 초중고 선생님들께서 지금 얼마나 억울하시겠습니까. 더 많은 월급, 더 놓은 사회적 위치를 가진 서울대 교수님들께서는 멀쩡히 살아있는데 자기만 죽어가니, 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공정하지 못한 일입니까?!

부디 최신기법을 사용하여 저 4000명을 몽땅 다 잡아가는 그 날까지 이번 패킷 감청과 같은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힘내시라고 오늘도 크게 한번 외쳐봅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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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봄, 가족이 늘었습니다. 결혼을 하지도, 애를 낳지도, 입양을 하지도 않았지만 식구가 늘었습니다. 이 녀석은 봄비가 촉촉히 내리는 날 이제 막 집에 귀가하는 동생을 따라 저희 집으로 냉큼 들어와 버렸습니다. 그리고선 지금까지 집주인처럼 마냥 눌러 앉아버렸답니다.

부모님께선 집에서 키우는 걸 처음엔 완강히 반대하셨지만 이 녀석은 타고난 애교로 지금까지 저희 집에서 잘 버티고 눌러살고 있습니다~ *^^* 

처음 집에 왔을 땐 저희 집 식구들을 경계했습니다. 특히 먼저 다가가지 않는 저와 아버지에게 공격적이었습니다. 고양이 발톱과 이빨이 그토록 날카로운지 그때 처음 알게 되었지요~ ^^

아무튼 "냐옹냐옹"이 아니라 신기하게도 "아롱~ 아롱~" 이렇게 울어서 이 녀석 이름을 "아롱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곧 저희 집 성을 따서 "김아롱" 이렇게 부르게 되었는데, 어느 날 동생이 "아롱 선생"이라고 불렀더니 대꾸도 안하던 녀석이 쫄래쫄래 오는 걸 보고 그 날부터 아롱선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왠지 이녀석의 행동이랑 잘 맞는 이름이라 생각되네요~ ㅎㅎㅎ

지금은 그러지 않지만 처음 집에 왔을 때 가족들을 경계하며 공격하는 사진입니다. 지금은 물론 이렇지는 않지요~ ^^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처음엔 경계를 풀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귀여웠던 김아롱 선생되겠습니다~


이 사진은 냉장고에 올라가 낮잠을 자는 사진입니다. 처음 집에 오고나서는 집에 높은 곳은 모조리 올라가보더니 냉장고에서 편히 자고 쉬더군요. 아무래도 경계가 다 풀리지 않아 높은 곳을 선호했던 것 같습니다. 먼지가 많은 곳에 올라가 혼내주고 싶었지만 너무나 귀여운 나머지 매번 혼낼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




이 사진 역시 지금은 이렇게 높은 곳에 자주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확실히 경계가 풀어진 다음부터는 소파나 책상 정도를 좋아하고 냉장고만큼 높은 곳은 올라가지 않더군요~

마지막으로 아롱선생이 밥 시간을 기다릴 때의 사진입니다. 어머니께서 장을 보고 오시고 저녁을 주시기 때문에, 장 봐온 물품들을 식탁에서 정리하면 저렇게 식탁에 올라가 밥 달라고(특히 고기) 조르는 모습입니다.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알게 되는 것이 많습니다. 고양이와 개와의 차이점이라던가, 고양이의 특징이라던가, 동물병원이 얼마나 비싼 곳인지도 알게 됩니다. 아무튼 매일매일 씩씩하게 집을 어지럽히는 이 아롱선생의 일기, 에피소드와 고양이의 특징 등을 묶어 연재 시작합니다!!!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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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정대진 (책마루,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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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초안이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위 도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글 싣는 순서>

막힌 물길

중학교 3학년, 이재민의 경우/ 꿈은 꿈일 뿐이다 / 함께 꾸는 꿈도 현실이 되지 않는다 / 계속 꿈만 꾸어야 하는가 / 다른 꿈을 꿀 수는 없을까 / 다른 꿈도 못 꿀 수 있다 / 볕도 안 드는 뿌연 개천에서 살아가기 / 통계로 보는 볕 안 드는 개천 바닥 / 오늘날의 개천은 강과 바다로 닿지 않는다 / 강과 바다에 사는 아이들은 행복할까

개천에서도 용은 났으나

개천에서도 용은 났으나 / 다이너마이트에 불장난하는 대한민국? / 억울하면 출세해라, 왕조의 몰락과 식민지배/ 억울하면 출세해라, 정부수립과 고착된 기회주의 / 억울하면 출세해라, 뿌리 깊은 기득권과 막힌 공로(公路)/ 개천에서 용 되려면 무조건 “중앙으로!” / 대학입시는 계급투쟁 / 가족 이기주의 / 늘어나는 사회비용 / 인삼이나 산삼보다 귀한 고3 / 무한발전 사교육 / 병목현상 / 패자부활전도 없다 / 왜 이렇게까지 / 개천에서 난 용 한 두 마리로는 안 된다

물길을 트자

한 곳으로만 흐르는 물길, 막힐 수밖에 없다 / 한 곳으로 갈 거면 물길이라도 다양하게 / 개인의 의지보다는 시스템으로 / 시스템의 가능성 하나, 국가 엘리트 육성 프로그램 / 가능성이 여는 세상①- 개천에서 난 용,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다 / 시스템의 가능성 둘, 교육발전종합계획 / 가능성이 여는 세상 ② - 두렵지 않은 ‘제2의 인생’,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세상 / 새로운 사회를 위한 가능성, 만16세 투표권 / 가능성이 여는 세상 ③ - ‘엘리트 농사꾼’, 김의원

가족 이기주의

대학입시라는 이 시대의 계급투쟁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이 어린 학생들이라면 그 뒤에서 병참기지사령관 역할을 하며 같이 싸우고 이들은 엄마들이다. 엄마들은 아이의 보육자일뿐만 아니라, 학습 지도사 및 설계사, 영양사, 운전기사, 진로 상담가 등등의 다양한 역할을 한다. ‘교실붕괴’가 공공연하게 이야기되고 사회적인 공공신뢰관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각자의 아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계급투쟁에서 성공해 한 가족의 운명을 보전하는데 엄마들은 명운을 걸고 있는 듯하다. 그 누구도 믿을 놈 하나도 없는 세상에서 자신과 가족 말고는 어디 기댈 구석이 없다는 본능적인 판단이 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비단 전업주부 엄마들이 따로 할 일이 없어 아이들에게만 신경을 쓰고 치맛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간단히 평가절하해서 말할 수 없다. 할 일 없는 엄마들이 괜히 학교에 들락거리면서 학교운영위원회다, 학부모회다 하면서 시간을 죽이는 것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하는 엄마들도 관심의 촉수는 아이들의 생활과 진학문제에 상당 부분 맞추어져 있다.

내가 학원 강사를 할 때도 일하는 엄마들의 경우 전화 상담을 할 때면 늘 말하는 래퍼토리가 있었다. 자기가 일을 하느라 “아이에게 제대로 신경도 못 쓰고, 선생님도 제대로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한 번씩 학원에서 학부모 설명회를 할 때면 그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한 일하는 엄마들의 경우 거듭 죄송하다며 따로 전화를 해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때면 나는 내가 무슨 인질범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학원비를 거두어 수업을 제공하는 사교육 시장의 서비스 제공자였을 뿐이다. 학원수업과 운영방식에 대한 모니터링도 할 겸해서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내가 먼저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나이도 한참 어린 나에게 ‘선생님’이라고 존칭을 써주며 대우해주는 어머니들 때문에 내가 더 민망했다. 마치 내가 학부모들의 아이를 인질로 잡고 내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당신 자식은 학교성적도 떨어지고 대학도 못가고 사회적 불구자가 된다고 협박이라도 할까봐 엄마들은 걱정하는 태도였다. 내 입에서 댁의 자녀가 이러이러한 부분이 뛰어나다고 칭찬이라도 나오면 엄마들은 금세 입가에 미소가 지었다. 나한테도 그랬던 엄마들이 학교 선생님들한테는 오죽했겠는가.

학교 선생님의 권위가 무너지고 공교육은 붕괴했다고 언론에서 떠들고 있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한 달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씩 들여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권위가 무너져가는 학교 선생님들이 내는 시험문제를 한 문제라도 더 맞추자고 하는 짓 아닌가. 무너진 공교육을 담당하는 국가가 출제하는 수능 문제를 한 문제라도 더 맞추어서 좋은 대학 가자는 것 아닌가. 요즘 같아서는 졸업해봤자 청년실업의 대열에 낄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남들이 다 가니 자기 혼자 빠질 수 없어 일 년에 천만 원씩 등록금 내더라도 대학교에 가보려고 그러는 것 아닌가.

교육의 내실만 따진다며 차라리 질 좋은 사교육만 시키거나 홈스쿨링해서 조기에 아이 적성을 발견하고 거기에 맞게 유수의 외국대학으로 직접 유학 보내는 게 훨씬 시간 대비 비용 효과가 낫다. 세계100위권에도 못 들면서 순전히 국내 학연과 이름값만으로 등록금 장사를 하는 국내 대학에 보내는 것에 비하면 남는 장사다. 하지만 대책 없이 그런 시도를 했다가는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사회적 관계망에 진입하기 쉽지 않고 모두가 선망하는 중앙권력에 들어가기도 여의치 않다.

부모 세대에 이미 중앙권력에 진입해서 탄탄한 부와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상태에서 조기유학을 가거나 아니면 아예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평생 살겠다는 마음을 먹은 상태가 아니라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낮에는 학교에, 밤에는 사교육에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이 엄청난 이중비용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이중비용뿐만 아니라 가족이 최우선이고 마지막 보루가 되는 사회, 즉 공적인 연대와 협력이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그로 인한 비경제적 외부효과도 만만치 않다. 내 자식이 학교 선생님 눈에 들고, 수행평가에서 좋은 점수 받고 성적 잘 챙기려면 엄마가 선생님들과 개인적으로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는 게 매우 큰 도움이 된다. 그러자면 엄마들은 경쟁적으로 학교운영위나 학부모회의 간부를 맡고, 학교모임에 얼굴을 비추려고 애를 쓴다.

사실 사회적 연대와 협력이 우선시되는 사회라면 각 개별 학교의 학부모회나 학운위에 참여하려는 학부모들보다도 학부모단체에서 활동하며 보다 큰 규모로 학부모운동을 하는 학부모들의 수가 거의 비슷하거나 많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학교운영위원이나 운영위원장을 해보려는 학부모들은 많아도 학부모단체에 나가 회비 내고, 자기 시간 들여가며 다른 집 자식의 문제까지 같이 고민해주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늘어나는 사회비용

“내가 운영위원장이 되면, 운영위원이 되면 내 애가 기를 편다. 그게 기본이고요......‘대부분’이 아니고 100% 엄마들이 (만나서) 회의를 해보면 ‘내 담임하고 내 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 아이가 있는 반과 그 반에서의 담임과의 관계, 거기가 딱 끝이에요. 그러니까 가족 중심인 것처럼 사회에 나와서도 내 아이가 속해 있는 가장 작은 동심원, 그거를 사회라고 생각을 해요.”

민간 싱크탱크 희망제작소가 ‘우리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우리 사회 곳곳의 시민들을 인터뷰해서 제작한 연구보고서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원한다》에 참여한 한 전업주부가 전한 대목이다. 이 주부는 학교운영위 활동을 하면서 학부모들이 학운위에 참여하는 동기가 지극히 사적이라는 사실에 환멸을 느꼈다고 말한다. 학부모위원은 전체 학부모들의 생각을 대변해서 활동해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자녀들이 받을 사적인 이익인 ‘특별한 대우’를 고려해서 학부모위원이라는 공적인 직함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식 위해서 발 벗고 뛰는 거야 그 누가 말리지 못하지만 공적인 직함을 이용해가면서까지 사적인 이익을 챙기려고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현상이다. 이런 본말이 전도된 현상이 심화되면 자기 아이의 이익을 위해 로비를 감행하고 촌지가 오고가는 일이 생긴다. 심심치 않게 불거져 나오는 성적조작과 수상남발에 대한 의혹은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파생되는 외부효과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비용일 뿐이다.

있는 집안의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되는 엄마들은 그나마 이렇게 학교일에 나서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고 없는 걱정도 사가며 할 수 있다. 있는 사람이 자기 비용 들여가며 자식 위해 노력하는데 무슨 문제냐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자기 자식과 그 담임 정도만을 사회라고 여기고 이외에는 전혀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들이 사는 사회에서는 연대와 협력의 빈 공간을 어떤 식으로든 메우기 위해 또 다른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하다못해 밥 굶는 아이들에게 십시일반으로 급식비를 걷어주면 싸게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를 관심과 배려의 폭을 넓히지 않아 큰 사회문제로 키울 수도 있다. 가령 급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을 투입해서 무료급식을 하자는 주장과 ‘무료’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무료제공’은 어린 시절부터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 불필요하게 부딪히며 쓸데없는 사회적 논란거리만 양산할 수도 있다. 또 있는 집안 아이들과 그 엄마들이 배부른 걱정하며 자신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뛸 때 없는 집 아이들은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걸 망연자실 바라만보며 사회적 패배자의 예정된 길로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아이들이 자라 사회적 분노를 표출하고 비타협적 사회 불만세력이 된다면 이들을 이끌고 가야할 사회적 비용이 또다시 발생한다. 민주주의의 핵심 운영원리인 소통과 합의가 생활화되지 못하고 양극화된 사회에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두 계층만이 존재한다면 끝없는 갈등만이 반복될 소지가 크다. 지금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선 연대와 협력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우리가 치러야할 비용들은 산더미처럼 늘어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가족주의는 오늘도 가족 구성원 중 하나라도 더 중앙권력에 진입시키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러다보니 고3 학생은 집안에서 왕 노릇을 하는 상전이 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게 오래된 상식처럼 되어버린 것이 한국 사회이다.

 

인삼이나 산삼보다 귀한 고3

해군통역장교로 일하던 시절 한 선배로부터 들은 일화다. 한국 제독이 미국 제독과의 만찬 중 이런 농담을 건넸다.

“오늘 테이블에 인삼주가 있는데 한국에서 인삼이나 산삼보다도 더 귀한 게 있습니다. 뭔지 아십니까?”

“......”

“바로 고3(삼)입니다, 허허허”

즉각적인 통역은 불가능했고 미국 제독에게 한국의 특수한 입시상황을 부연설명한 후에야 미국 제독은 헛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워싱턴과 뉴욕의 정치권력과 경제․금융 권력의 중심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오고 WASP(White Anglo Saxon Protestant)라는 백인 주류사회의 일원이어야 한다는 불문율 같은 조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연방제 국가의 특성상 우리나라처럼 워싱턴이나 뉴욕의 중앙권력에 전 국민이 목매달고 달려드는 일은 없다. 각자의 고향에서 시장이나 주지사를 하다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일도 빈번하다.

실제로 지난 30여 년간 미국 대통령은 각자의 활동지에서 주지사를 하다가 당선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미 카터가 조지아 주지사였고, 레이건이 캘리포니아 주지사,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 아들 부시가 텍사스 주지사 출신이었다. 2008년에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은 하버드 대학 로스쿨 출신 연방 상원의원이었지만 미국 사회의 비주류인 흑인에다가 시카고에서 빈민운동부터 시작한 정치인이었다. 백악관과 연방의회가 워싱턴 D.C.에 있을 뿐이지 중앙권력의 발원지는 연방 각 주에 골고루 퍼져있는 상태이다.

대학도 역시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펜실베니아, 컬럼비아, 코넬, 브라운, 다트머스 대학의 아이비리그가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는 전통적인 동부 명문대학으로써 권위와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서부에는 우리가 잘 아는 스탠포드 대학도 있고 이밖에 각 주립대와 개별특성을 가진 대학들이 미국 곳곳에 있다.

서울대나 사람들이 손꼽을 만한 대학이 아니면 대학 축에도 껴주지 않는 우리와는 다른 개념과 삶의 방식이 미국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 곳에서 살아온 미국 제독한테 우리나라의 사정을 설명하고 웃게 만드는 일은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대학수학능력시험 SAT 고득점을 위한 과외가 있고 명문 사립고등학교에서도 치열한 성적경쟁이 펼쳐진다. 홍정욱 의원의 조기 유학기 《7막7장》에도 홍의원이 졸업한 초우트 로즈마리홀 고등학교에서 각성제를 먹어가면서까지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나온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아버지의 반대로 연극배우의 꿈을 펼치지 못하는 한 학생은 공부의 중압감과 의미 없는 자신의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소수 엘리트층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이다. 모두가 엘리트가 될 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이 그 경쟁에 뛰어들어 오히려 전체적인 경쟁력만 갉아먹고 있는 우리와는 다른 환경의 이야기다.

농담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고3이 인삼이나 산삼보다도 비싸고 귀하다고 일컬어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날이면 대기업과 관공서의 출근시간이 늦춰지고 청취 시험시간에는 항공기 운항도 금지된다. 해군통역장교로 일하던 중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했다가 이런 일을 겪기도 했다. 마침 훈련기간 중 대학수능일이 끼어있었는데 그 날 상륙작전 연습을 해야 했다. 특수부대 침투 훈련을 위해 헬리콥터 운항이 필요했는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어서 연습시간을 불가피하게 조정해야 했다. 통역장교였던 나는 미측에 전후사정을 설명하느라 꽤나 애를 썼던 기억이 있다.

설명을 하면서도 나는 일 년에 한 번 있는 그날 시험으로 한 학생의 인생이 거의 결정되다시피 하는 구조와 분위기를 긴박한 군사훈련의 현장에서 말 몇 마디로 전달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학입시를 똑같이 치러본 나도 이해하기 힘들고 동의하기 어려운 구조를 외국인에게 설명하려다보니 말의 설득력도 떨어지고 자신감도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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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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