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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관련 쟁점 총정리 *^^*(1)

(쓰다 보니 글이 길어져서, 글을 둘로 나눕니다.) 최근의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60-70% 이상이 미디어관련법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일단 정부여당이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미디어법들의 국회 통과에 관해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법안의 내용과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절차와 관련된 것이죠. 먼저 첫 번째 문제. 미디어법 자체의 쟁점은 간단합니다. 여당에서 내세우는 명분은 미디어 선진화입니다. 최근에 급속하게 변한 미디어 환경에 맞게 미디어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것이지요. 야당에서 내세우는 반대 논리는 미디어 선진화도 좋고 다 좋은데, 이게 꼭 대..

알랭 바디우, 비판적 입문

여러분들의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큰 우여곡절은 없이 출판되었습니다. 그런데 출판이 되고 난 뒤에 다시 보니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네요... --; 208쪽과 209쪽에 보면 진리와 지식의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진리성을 띠는 것'이라고 번역한 곳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truthfulness와 truthful이었던 것을 '진리성'과 '진리성을 띠는 것'이라고 번역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을 불영대조로 다시 읽다 보니, 이 truthful이 불어 veridique을 영어로 옮긴 단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계산이 맞다/틀리다를 논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단어라는 것이죠. 따라서 truthful은 우리말로 '맞다/틀리다'에 해당하는 '맞는 것', '맞음'으로 번역했어야 합니다. 그러면 다음 문장의 의미가..

질문을 드리며...

인사를 드리고, 이제야 첫 타석에 섰네요. 당분간은 제가 늘 궁금하고 고민했던 문제들을 여쭤볼까 합니다. 이렇게 첫 타석에 서고 나니, 3할은 커녕 매번 병살타를 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 학부를 5년 만에 겨우 졸업을 하고 대학원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설레였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네요. 학부 때는 수업시간에 질문하는게 쉽지 않아 저처럼 이해가 더딘 학생에게는 수업이 어렵기만 했습니다. 100명씩 듣던 대형 강의실에서 벗어나 세미나실에서 10명이 안되는 인원이 수업을 한다면, 수업 시간에 모르는 게 나오거나 평상시 궁금한 걸 물어보고 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대학원 수업은 기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원했던 토론은 아주 적었고 ..

운명

1789년 7월 14일 파리의 군중들은 바스티유로 몰려갔고 3년 뒤 프랑스는 공화국을 선언하였다. 몇 달 뒤 루이 16세는 처형되었고, 무명의 포병 장교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독재자에 이르는 출세 가도를 걷기 시작하였다. 1792년 조지 워싱턴은 미합중국의 대통령이었고, 괴테는 바이마르에서 공작의 극장을 감독하면서 광학에 관한 연구내용을 출판하고 있었다. 하이든은 그 명성이 절정에 이르렀으며, 모짜르트의 몸은 빈 공동묘지의 빈민묘역에 비명도 없이 누워 있었다. 1792년 11월 초 22세가 채 못 된 루드비히 판 베토벤이란 이름을 가진 야심적인 젊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가 라인 강에 있는 본에서 빈으로 승합마차로 1주일 걸리는 500마일의 여행을 하고 있었다. 베토벤은 새롭고 강력한 힘이 인간사회에 팽..

인사를 대신하며...

야구를 좋아합니다. 제가 응원하는 팀이 요 몇 년간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해 우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즐겨보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야구라는 운동을 접했을 때, 이상했던 것 중에 하나가 타자 타율이 3할만 되면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거였습니다. 소위 프로선수라는 사람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 톱타자들조차도 3할만 치면 그 해 타율은 좋았다는 얘기를 하는 걸 보면서 참으로 이상했습니다. 10번 타석에 서서 달랑 3번의 안타를 친다는게 뭐 그리 대수인가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조금씩 야구에 대해 알게 되고, 가령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에게 0.4초만에 도달하며 그 공을 타자는 0.2초만에 반응해서 때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3할이라는 타율이 결코 쉽지 않은 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고..

표준 우주론이 말하는 우주의 역사

우주론 이야기 좀 하자 빅뱅 어쩌구부터 시작하진 않겠다. 완결된 상태의 과학적 설명을 듣기보다는 어떻게 그 이론들이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아는 것이 훨씬 유익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우주론에 대해서 뒤비져 주겠다. 무식하기 짝이 없는 S 모님을 위한 글이므로 아주 쉽고 천박한 수준에서, 하지만 비교적 정확한 설명을 제기하도록 하겠다. 1. 과학적 우주론 이전 뭣도 모르고 상상에 공상에 사변을 거듭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때 이야기는 그냥 넘어가도록 한다. 이 때 우주론 중에서 가장 그럴 듯한 것은 지구 아래에는 그 지구를 떠받들고 있는 거북이 있고, 그 아래에는 또 그 거북을 떠받들고 있는 거북이 있고, 그 아래에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무한 거북론”이다. 근사하지 않은가. 상상력을 발휘하려면 이..

볕도 안 드는 뿌연 개천에서 살아가기

개천에서 용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정대진 (책마루, 2009년) 상세보기 * 본 글은 초안이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위 도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막힌 물길 중학교 3학년, 이재민의 경우/ 꿈은 꿈일 뿐이다 / 함께 꾸는 꿈도 현실이 되지 않는다 / 계속 꿈만 꾸어야 하는가 / 다른 꿈을 꿀 수는 없을까 / 다른 꿈도 못 꿀 수 있다 / 볕도 안 드는 뿌연 개천에서 살아가기 / 통계로 보는 볕 안 드는 개천 바닥 / 오늘날의 개천은 강과 바다로 닿지 않는다 / 강과 바다에 사는 아이들은 행복할까 개천에서도 용은 났으나 개천에서도 용은 났으나 / 다이너마이트에 불장난하는 대한민국? / 억울하면 출세해라, 왕조의 몰락과 식민지배/ 억울하면 출세해라, 정부수립과 고착된 기회주의 / 억..

꿈은 꿈일 뿐이다

개천에서 용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정대진 (책마루, 2009년) 상세보기 * 본 글은 초안이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위 도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개천에서 나는 용들을 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세상입니다. 부의 격차가 교육격차를 통해 대물림되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만 오늘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그 틈새를 비집고 나올 이무기들의 용트림을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교육 양극화가 계속되고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시대"로 굳어진다면 우리 십대들이 기성세대가 되어 살아갈 미래사회는 양극화로 인한 불안과 갈등이 팽배한 세상이 될 게 분명해 보입니다. 아무런 방어도, 아무런 주장도 하지 못한 채 십대들은 어두운 미래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그 미래를 바꾸는 일을 생각..

소액금융의 성공가능성(1)

전통적으로 금융시장은 다른 시장에 비해서 정보비대칭성이 높아 시장실패의 가능성이 아주 높지요. 즉 금융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사회적 자본의 효율적 배분이 어렵다는 겁니다. 당연히 금융기관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용할당과 같은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사회적 약자, 즉 자금수요는 많으나 담보를 제공할 수 없는 빈곤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되고…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시장에서 소외받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빈곤탈출을 위해 전통적 금융기관과 상이한 방식으로 소액대출 등 다양한 지원을 하는 특수한 형태의 대안적 금융을 소액금융(microfinance)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악화되는 소득불균형과 의료민영화 등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 사회보장의 확대 필요성에 대한 주장들… 그리..

확률 : 자연에서 마음으로

떡밥은 그냥 놔둔 채로 (언젠간 다시 다룰 테니까) 다른 확률 이야기를 해 보자. 통계학 및 확률론에서 "큰 수의 법칙"이라는 개념을 다룬다. 아무리 작은 확률을 가지는 사건이어도 시행 횟수가 엄청나게 많아지다보면 반드시 일어난다는 법칙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특수한 일은 반드시 일어나기 마련"이라는 식으로 이 통찰을 (비수학적인 방식으로) 간파한 적이 있다. 주사위를 연속으로 10번 던져 1이 연속으로 10번 나오는 확률은 얼마일까? 매번 던지는 행위는 앞이나 뒤의 사건과는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1 / (6^10)의 확률이다. 그런데 사실 이 확률은 1,3,4,2,1,5,6,3,2,5의 눈이 순서대로 나올 확률과 똑같고 6,5,4,3,2,1,2,3,4,5의 눈이 순서대로 나올 확률과 다르지 않다. 일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