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밥은 그냥 놔둔 채로 (언젠간 다시 다룰 테니까) 다른 확률 이야기를 해 보자.
통계학 및 확률론에서 "큰 수의 법칙"이라는 개념을 다룬다. 아무리 작은 확률을 가지는 사건이어도 시행 횟수가 엄청나게 많아지다보면 반드시 일어난다는 법칙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특수한 일은 반드시 일어나기 마련"이라는 식으로 이 통찰을 (비수학적인 방식으로) 간파한 적이 있다.
주사위를 연속으로 10번 던져 1이 연속으로 10번 나오는 확률은 얼마일까?
매번 던지는 행위는 앞이나 뒤의 사건과는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1 / (6^10)의 확률이다. 그런데 사실 이 확률은 1,3,4,2,1,5,6,3,2,5의 눈이 순서대로 나올 확률과 똑같고 6,5,4,3,2,1,2,3,4,5의 눈이 순서대로 나올 확률과 다르지 않다. 일단 우리가 특별히 의미를 부여해서 그렇지, 1,1,1,1,1,1,1,1,1,1의 순서대로 눈이 나올 확률은 "그리 특별하지" 않은 사건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제로 주사위를 10번씩 던지는 일을 6^10번 쯤 한다고 해보자. 이거 사실 얼마 안된다. 60,466,176번이니까 1초에 한번씩 주사위를 던지면 대략 20년 가까이 잠도 안 자고 던지면 그 중 한 번은 1,1,1,1,1,1,1,1,1,1의 순서대로 눈이 나오는 주사위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엄청 힘든 일이겠지.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일본 인구가 모두 주사위 하나씩을 잡고 10번씩 던지면 2명 정도는 1,1,1,1,1,1,1,1,1,1이 나온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별 거 아닌 일이다.
이렇게 말하면 "1,1,1,1,1,1,1,1,1,1"이라는 게 "반드시 일어나야 할 사건"처럼 보여서 필연성의 느낌이 슬쩍 끼어드는데, 이건 이렇게 이해해야 한다. "주사위는 특별히 어떤 눈이 다른 눈에 비해서 더 많이 나올 거라고 기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시행회수가 커진다면 다른 배열에 비해 저 배열이 더 나오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 아주 많이 던지다보면 3,4,1,5,5,6,1,4,4,2의 순서대로 눈이 나올 가능성도 있겠지? 그거랑 똑같은 거다. 우리가 특정한 수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특정한 사례>가 안 나오는 듯 보일 뿐."
이건 로또의 확률론이기도 하다. 내가 선택한 3,18,22,28,32,40이 당첨될 확률은 1,2,3,4,5,6이 당첨될 확률과 똑같다. 하지만 사람들은 1,2,3,4,5,6을 찍지는 않을 거다. 그래서 1등이 여러 명 나오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이해할 때 "확률"은 심리학적 문제가 된다. 물리적 확률은 통계 역학이나 양자 역학에서 다루며 그것은 빈도나 성향의 문제이다. 사회과학에서의 통계는 (종종 어떤 식으로 조작을 하냐의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이것 역시 빈도나 성향의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의 선택(choice)이나 결정(decision)에 관련될 때, 확률이란 결국 기대, 믿음, 예측의 심리학의 영역에 포섭된다. 사람은 "어떤 종류의 사건의 확률"에 더 민감하다.
그 결과 알아낸 것은, 인간은 확률의 법칙에 따라 사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성 페테르부르크의 역설이다. 많이들 아는 문제겠지만.
동전을 던져 (앞)이 나오면 돈을 준다. 그 돈은 다음과 같이 배분된다.
1번 던져 앞면이 나왔을 때 : 100원
2번 던져 앞면이 나왔을 때 : 200원
3번 던져 앞면이 나왔을 때 : 400원
4번 던져 앞면이 나왔을 때 : 800원
...
10번 던져 앞면이 나왔을 때 : 51200원
당신이라면 얼마의 판돈을 걸고 이 내기에 응하겠는가? 라는 게 이 역설의 전부다.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이 게임은 얼마를 주고 하더라도 이익이 된다. 왜냐면 이 게임의 기대값은 무한대이기 때문이다. 확률이 작아질수록 판돈이 커진다는 걸 주의하면 이해가 갈 것이다. 10번 만에 앞면이 나올 확률은 1000분의 1이 조금 안되는 작은 확률이지만 판돈은 5만원이 된다. 한 20번만에 앞이 나올 확률은 0.00000095367431640625으로 아주 작은 수지만 그때 받을 수 있는 돈은 52,428,800원이다.
베르누이는 이 역설을 통해 처음으로 로그 함수를 사용해서 이때 사람들의 심리를 설명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을 시도했다. 그러나 처음으로 확률적 사고에 어떤 심리학이 작동하고 있는지 체계적으로 밝혀지는 것은 역시 (노벨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네만과 아모스 트버스키 등의 연구를 통해서였다 (그들의 논문은 1970년대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년 뒤 이들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 게르트 기거렌쩌였고. 이들의 노력은 현재 선택 이론이나 결단 이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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