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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의 근대적응론 1: '이이제이론'의 '보편적 보편주의'

백낙청이 근대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내놓은 ‘근대의 이중과제론’(이하 이중과제론)은 근대와 전근대의 관계를 다루는 '근대적응론'과, 근대와 근대 이후의 관계를 다루는 '근대극복론'의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과제론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근대에 대한 그의 양면적 태도이다. 이러한 그의 이중적 태도는 서양 주도의 근대에 대한 적응과 극복을 동시에 수행하자는 주장으로 나타나는데, 백낙청은 더 나아가 근대에 적응하려는 노력 역시 “성취와 부정을 겸하는” 양면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즉 “근대에는 성취함직한 특성뿐 아니라 식민지 수탈, 노동착취, 환경파괴 등 바람직하지 않은 특성들도 있으므로”(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창비, 34) 근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 부정적 측면은 멀리하되 그 긍정적..

학자들은 왜 기꺼이 패배를 받아들이는가?

"세상에는 그대의 철학으로 상상조차 못할 것들이 더 많다네, 호레이쇼." (There are more things in heaven and earth, Horatio,Than are dreamt of in your philosophy.)ㅡ 햄릿이 친구 호레이쇼에게 ㅡ 12.3 비상계엄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의 국민의힘(‘국힘’)은 2016-7년 박근혜 탄핵 때와 달리 빠르게 극우화의 길을 걸으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들은 세력 분열 없이 똘똘 뭉쳐 법리에도 맞지 않는 여러 억지들을 써가면서까지 내란을 부정하거나 윤석열의 체포에 반대하고, 극우세력이 주도하는 탄핵 반대집회에 나가 전광훈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박근혜 탄핵 이후 당이 겪었던 어려움에 대한 ..

욕망의 단상 2025.02.01

헤겔의 '에덴에서 추방' 해석 (3)

앞서 첫 두 글에서 지적했듯 헤겔에게 구약의 ‘에덴에서 추방’이 상징하는 바란, 우리가 스스로 사유하는 힘을 깨달음으로써 습속 안에서 자연스럽게 주어진 세계 및 세계에 대한 앎과 결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스로 사유함은 세계와의 단절을 함축한다. 동시에 헤겔은 세계와의 불일치라는 고통이며 상처를 함축한 사유가 바로 그 자신에 의해 치유될 수 있다고 약속한다. 인간이 앎의 능력을 가짐으로써 그는 신과 같은 지위에 오른다고 하는 구약의 약속처럼. 하지만 사유는 자기 자신을 넘어 설 수 있는가? 우리는 세 번째 글에서 루다와 지젝의 통찰을 통해 그 치유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상대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희생할 수 있는 사랑의 주체가 되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주체성에 내재하는 주체의 불가능성의 지점을 인정해야한..

[행복의문 독서 일지]『진보와 빈곤』(헨리조지, 비봉)

남기업 소장님이 주관하는 『진보와 빈곤』 (헨리 조지, 비봉) 강의를 신청했다. 그의 일대기를 소개한 책을 보다가 헨리 조지의 기일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되어 그의 삶을 소략해 보고자 한다. 헨리 조지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 1학년, 유시민이 쓴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에서였다. 정외과 학회 '정치경제학연구회'에서 진행했던 커리큘럼이었는지 아니면 동아리 세미나였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말이다. 헨리 조지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타임즈] 식자공이었던 그는 당시 주필이었던 노아 브룩스에 의해 발탁되어 기자가 되었다. 어린 시절 방랑과 모험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던 그는 한 상원의원이 돈을 댄 [이브닝 포스트]지의 발행인이 되었으나, 그 상원의원이 태평양철도회사의 독점을 지지하는 기사를 ..

[행복의문 독서일지] 『땅에서 온 기본소득』(이상북스, 2023) 4부-5부

미국 대선이 끝났다. 트럼프가 다시 귀환했다. 해리스와 미국 민주당의 게으름, 타성, 그리고 관행 때문에 진 선거라 생각한다. 지난 주 모처럼 쉬는 주말이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남기업님의 『땅에서 온 기본소득』(이상북스, 2023) 4부와 5부를 읽었다. 국가 정책에 관한 제안 성격이 강한 부분, 여기만 생각하면 기본소득은 종부세를 대체할 조세정책 중 하나라고 한정하기 쉽다. 그런데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15장 제목이 유럽의 복지국가와 다른 새로운 길인데, 거기서 다루는 문제가 비정규직이나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프레카리아트에 대한 것이다. 복지국가는 사회보험과 공공부조를 통해 작동하는데, 이들은 사회보험과 공공부조가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가령 배달과 운송을 담당하는 플랫폼 노동..

[행복의문 독서 일지]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남기업 외, 이상북스) 1-3부

어떤 공동체가 있고 그 공동체에 암묵적인 규범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에게는 누구나 먹고 살 권리가 있다는 규범아닐까? 이 권리 혹은 암묵적 규범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특히 이른바 민주주의는 사회 구성원들이 '자치'와 '자립'이 가능해야만 성립가능한 정치체제이다. 높은 지대와 부동산에 대한 부담은 '자치'와 '자립'의 삶을 박탈하게 만들고, 그 결과는 시민이라만 마땅히 가져야할 공적 관심에 대한 외면이다. 우리나라의 보수 세력이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교육을 망가뜨리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아마 거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반대로 서민의 삶을 개선시키고 중산층을 투텁게 만들어 그들이 '자치'와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민주/진보 세력이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모두를..

[행복의문 독서 일지]데리다, 파레르곤, 그리고 [마리의 춤]

[마리의 춤], 김초엽 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의 두번째 작품이다. 무엇보다 재밌다. 그리고 생각거리도 많았다. 줄거리와 별개로 이 단편을 중심과 주변, 그리고 경계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다. 그것도 철학이나 미학에서 다루는 '아름다움'을 실마리 삼아....우선 내용을 간략히 소개해 본다. ---- 작품 속 화자는 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이름은 최소라이다. 우연히 대학 동기로부터 모그(*시신경 이상을 겪는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 인구의 5%)에 속하는 사촌동생 마리를 소개받는다. 시각 장애인이 춤을 배운다? 선생 또한 의아해 한다. 하지만 마리의 춤에 대한 열정을 보고 스승이 되기로 한다. 마리는 시각 장애인이기 때문에 춤을 배우는 방식도 다르고 춤의 내용도 다르다. 하지만 마리는 열심히 춤을 배웠..

[행복의문 독서 일지] 닉 서르닉의 《플랫폼 자본주의》(킹콩북,2020) 2장

2장 플랫폼 자본주의이 책 디자인이 어딘가 눈에 익다. 왜 그런가 싶어 봤더니 예전 박종철 출판사에서 나온 『마르크스엥겔스 저작선집』과 유사. 붉은 색과 검은 색의 조화. 맘이 편해지는 느낌이다.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옮긴이 해설과 미주를 제외하면 130페이지 남짓, 소책자 분량이다.2장에는 본격적으로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설명한다. 사실 나도 처음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슨 역이나 항구의 승강장을 말하는 것인가 싶어 낯설었다. 읽고 나니 아주 다른 뉘앙스는 아니다.저자가 설명하는 플랫폼이란 복수의 집단이 교류하는 디지털 인프라구조를 말하며, 따라서 소비자, 광고주, 서비스 제공자, 생산자, 공급자까지 서로 다른 이용자를 만날 수 있는 매개자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행복의문 독서 일지] 닉 서르닉의 《플랫폼 자본주의》(킹콩북,2020) 1장

블로그에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다가 글에 대한 글이 좋겠다 싶었다. 글감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간략한 평가 정도의 생각만 남기면 될테니 말이다. 대학시절 키운 요약실력도 써먹을 수도 있고...하여 [독서 일지]를  시작해본다. 장르불문, 종횡무진. 이른바 책과 사상가들을 향한 배낭여행쯤 되시겠다. 비록 계약(?)으로 이렇게 벌어진 사단이지만 이왕이면 즐겁게 향유해보겠다.먼저 좌파 가속주의자들의 책을 읽어볼 예정이다. 닉 서르닉의 《플랫폼 자본주의》(킹콩북,2020). 달리기를 마치고 오전에 1장을 읽었는데, 전후 자본주의 경제사를 짧게 정리하고 현재 디지털 경제의 특징을 설명한다. 자칫 장황하고 따분할 수 있는 내용인데 속도감있게 전개된다.양적 완화 부분 설명이 간략해서 깊이 있는 이해는 못했지만 대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