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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tation to the Classical 2009. 9. 10. 00:31
얼마전 공지에서도 일렀지만 9월...가을이네요
한낮의 볕발은 심히 따갑지만 그토록 푸르고 높아진 하늘이라니
깊어진 강물위로  언뜻언뜻  거미줄같은  빛들의 편린이라니
눈길은 머언 어딘가로 향하고 마음은 불규칙적인 부침을 반복합니다
꺾어져 내려가는 길은 가속도가 붙기 마련이지요
돌아서면 만산홍엽의 시절이 도래할테고 그리고
겨울이 연말이 한해가 ...
수십년 겪어본 일이라고 생각은 채 닿지않는 시간에 다 아는 듯 서성이고  
지나간 시간은 돌아서면 정말 '과거지사'가 되는군요
지난 5월이 그리고 가깝게는 8월이  먼 옛사랑처럼 실체없는 실감으로 남는다는 것이
잘 믿겨지지 않아요
생각하고 추억하고 잊지않고 기리고 되살리고 
그러기엔 매 순간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 많은 일들의 극히 일부분이라도 차근히 곱씹기에는
시간의 자락이란 너무 단단히 여며져 있어  그렇게 파노라마처럼 가버립니다 
그래서 그 많은 부당한 일들이 역설적으로 시간이라는 공정한 게임의 규칙안에 포섭되어 
있는지도요

그 즈음서부터 머리속에서 공전하던 생각..
누군가를 그리고 애도하는 것 
그러나 그 반향은 내가 우리가 외려 챙기는 거라는
 
가을은 부피와  밀도와 질량이 다 함께  상승하는 때인 듯 합니다
 다 그렇듯이 비우기 위한 작업이기도 한 것일거고요
때늦은 감도 있지만 계절이 주는 만감과 더불어
쉬 잊지 말아야 하는 것과 보내야  하는 것
간직할 것들과 솎아내야 하는 것들
그 무엇이 될 것인지 우리의 것들이 있겠고 각자의 것들이 있겠지요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  (2악장)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모짜르트의 Requiem
-포레의  Messe de Requiem  op.48

너무도 유명한 곡들이라 새삼 올리기가 송구하지만^^;
그 느낌들을 이 가을에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모짜르트의 레퀴엠은 너무도 유명한지라 -아마데우스란 영화를 통해서 더더욱 알려져서리- 사설은 사족이 될테고요  다만 Philippe Herreweghe의 음반을 들을 기회가 있다면 새로운 경험이 될 듯~~
포레의 미사 레퀴엠도 같은 사람의 것을 들었는데요
참 나...
어찌 좋은지 원 --
더 좋은 것은 레퀴엠이니 미사곡이니 하면 일단 넘 길 것 같아 엄두가 나질 않는데 포레의 것은 길지도 않아 듣는 이의 부담을 깊이 배려한 소치가 아닐까~하는^^

아는 분들과 모르는 분들 모두 괜찮은 가을 맞이하시고 보내시길요~~

**말러의 교향곡은 다음에 좀 더 자세히 이어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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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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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정대진 (책마루, 2009년)
상세보기
* 본 글은 초안이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위 도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글 싣는 순서>

막힌 물길

중학교 3학년, 이재민의 경우/ 꿈은 꿈일 뿐이다 / 함께 꾸는 꿈도 현실이 되지 않는다 / 계속 꿈만 꾸어야 하는가 / 다른 꿈을 꿀 수는 없을까 / 다른 꿈도 못 꿀 수 있다 / 볕도 안 드는 뿌연 개천에서 살아가기 / 통계로 보는 볕 안 드는 개천 바닥 / 오늘날의 개천은 강과 바다로 닿지 않는다 / 강과 바다에 사는 아이들은 행복할까

개천에서도 용은 났으나

개천에서도 용은 났으나 / 다이너마이트에 불장난하는 대한민국? / 억울하면 출세해라, 왕조의 몰락과 식민지배/ 억울하면 출세해라, 정부수립과 고착된 기회주의 / 억울하면 출세해라, 뿌리 깊은 기득권과 막힌 공로(公路)/ 개천에서 용 되려면 무조건 “중앙으로!” / 대학입시는 계급투쟁 / 가족 이기주의 / 늘어나는 사회비용 / 인삼이나 산삼보다 귀한 고3 / 무한발전 사교육 / 병목현상 / 패자부활전도 없다 / 왜 이렇게까지 / 개천에서 난 용 한 두 마리로는 안 된다

물길을 트자

한 곳으로만 흐르는 물길, 막힐 수밖에 없다 / 한 곳으로 갈 거면 물길이라도 다양하게 / 개인의 의지보다는 시스템으로 / 시스템의 가능성 하나, 국가 엘리트 육성 프로그램 / 가능성이 여는 세상①- 개천에서 난 용,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다 / 시스템의 가능성 둘, 교육발전종합계획 / 가능성이 여는 세상 ② - 두렵지 않은 ‘제2의 인생’,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세상 / 새로운 사회를 위한 가능성, 만16세 투표권 / 가능성이 여는 세상 ③ - ‘엘리트 농사꾼’, 김의원




물길을 트자

 

 

 

한 곳으로만 흐르는 물길, 막힐 수밖에 없다

개천에서 용이 날 물길은 점점 닫히고 있다. 그러나 일견 그 물길이 확대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로 대학입학 정원이 지난 수 십 년간 차근차근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법시험 정원도 확대되었고 의대와 약대 정원도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전 국민의 아들딸들이 모두가 오매불망 바라는 변호사, 의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로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원은 늘어났으나 그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중앙권력과 좋은 직업 갖기에 대한 한국인의 열망은 정원이 늘어나면 너도 나도 더 해보겠다고 덤비는 과잉경쟁을 낳았다. 자리가 많아졌으니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문대의 정원이 늘어나 누구라도 노력하면 다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림이 펼쳐지니 삼수가 아니라 사수, 오수를 해서라도 그 문을 뚫고 들어가려고 한다. 사법시험도 마찬가지다.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 확대를 목적으로 천여 명 선으로 사법시험 합격자수를 늘렸지만 이후 그 관문이 넓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법대생뿐만 아니라 이공계 학생들까지 사법시험에 매달리는 신림동 고시촌을 낳고 말았기 때문이다. 꿀이 있는 곳에 벌과 나비가 모여들듯 한 방에 인생 역전할 수 있는 시험에 젊은 청춘들이 부나비처럼 모여 들였다. 자신의 인생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젊음을 탓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그 구조이다.

예전에는 시골에서 올라온 고학생이라도 머리 좋고 성실하다면 고시에 한번 도전해볼 만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시골 농부의 아들이었지만 외무고시에 합격해 성공의 길을 갈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부산상고를 나와서 고향마을 토담집에서 혼자 공부했지만 변호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외고를 졸업해서 서울대에 진학한 후에 낮에는 학교강의를 듣고 밤에는 엄마가 짜준 신림동 고시촌 학원 커리큘럼을 따라가야 고시에 안정적으로 합격할 수 있는 시대이다. 시험합격 정원이 늘어났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진입로가 사교육에 의존하는 대입경쟁의 확장에 불과하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개천바닥의 이무기는 미꾸라지로 인생 종치고 말 확률이 높아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종적으로 사람들은 서울의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하면 지방대에 간 후 대학편입이라도 해보려고 안달이다. 명문대 편입을 위해 대학생이 된 후에도 다시 과목만 다를 뿐이지 입시생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생활을 한다. 너도 나도 명문대 출신이고 그 출신이 아니면 사회적으로 성공의 발판을 닦을 수 없는 상황에서 명문대 진학에 매달리는 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선택이다. 성공의 사회적 의미를 새로 짜고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한다는 하나마나한 주장은 별 설득력이 없다.

이른바 대안학교로 일컬어지는 고등학교들도 외국대학 학부진학이나 국내 명문대로의 ‘대안적’ 진학방식으로 관심을 끄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입시와 경쟁구조에서 탈피한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 구조에 대한 ‘대안적 접근’에 그치는 일이 많다. 그런 노력이라도 의미 없는 것은 아니나 그 대안학교에서 교육받고 성공할 수 있는 경우도 대부분 부모 세대들이 상당한 고등교육을 받거나 의식을 갖춘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한계는 있다. 구체적인 대안 없이 다양성을 존중하자며 대학입시와 직업에 대한 국민의식의 전환을 촉구하는 주장은 듣는 이의 맥만 빠지게 한다. 그리고 그런 ‘착한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 대부분도 명문대를 나오고 자리를 잡은 대학교수나 식자층이 대부분이다. 명문대 정원 확대 등은 실패한 정책이 되고 말았다.

 

한 곳으로 갈 거면 물길이라도 다양하게

이제 반대로 명문대의 정원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아주 핵심적인 전문 직종을 소수정예주의로 운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물길이 한 곳으로만 흘러 막힐 수밖에 없다면 아예 사람들이 따라갈 물길이 여러 군데로 나누어지도록 설계해보는 것이다. 강준만 교수 등이 주장하는 이 방안을 따른다고 한다면 당연히 더 좁아진 문에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다. 일시적으로 병목현상은 더 극심해질 것이고 학벌주의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대난리가 나고 여기저기 아우성 소리가 들릴 것이다. 또한 이 정책의 초기 단계에서는 지역별・계층별 균형선발 등을 대폭 확대 실시하여 소수 특권계층이 줄어든 대학정원을 독식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 기득권층의 엄청난 반발도 있을 것이고 쉽게 단번에 시행될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중앙권력 집중현상과 이에 따른 진입로 병목현상을 완화하려면 권력의 출원지를 다양화하는 수밖에 없다. 서울대와 일부 명문대 정원확대로 견고한 성곽을 확대해나갈 게 아니다. 그 수를 소수정예화하고 핵심권력에 이르는 사람들의 출신학교와 배경을 다양화해야 한다. 적어도 10년 이상이 걸리겠지만 점진적으로 합의를 이루어가며 시행해가야 한다. 정치와 국회가 필요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사회적 합의를 해나가며 정책을 보완 조정해가다보면 다소간의 혼란과 조정기를 거쳐 새로운 양상을 볼 수 있다. 장차관과 국회의원, 주요 기관장, 대기업 사장 및 임원, 언론사 간부, 법조인 등의 70~80%를 SKY 출신이 독식하고 나머지도 서울 안의 대학을 나온 사람들로만 채워진 단극화된 권력구조는 수년에서 십수 년에 걸쳐 점차 다양화되지 시작할 것이다.

어차피 나라가 굴러가려면 장차관과 국회의원, 대기업 사장 등을 누군가는 해야 할 텐데 SKY와 서울 지역 대학출신들이 줄어든다면 다른 배경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울 수밖에 없다. 이 방안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말마따나 SKY는 소수정예로 학문연구와 외국 대학과의 경쟁력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해 보다 힘을 쏟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내의 빈 공간에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이 다시 경쟁을 벌인다면 지금과 같은 단극구조의 권력문화는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

물론 SKY 위주의 ‘학벌’은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SKY 위주의 학벌 귀족을 온 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곳의 핵심권력을 차지하는 특권층으로 키우지 않으면 된다. 기초학문과 과학기술의 국제적 경쟁력을 책임지는 존경받는 고학력 엘리트 귀족으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면 말은 달라진다. 긍정적 의미의 ‘고학력 엘리트’는 국가경쟁력을 위해 지속 육성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전국적인 기초학습능력조사를 통해 가능성 있는 인재들을 국가가 주도하여 순수학문과 과학기술, 예술 인재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 현재의 왜곡된 ‘학벌’구조가 지배하는 상태에서는 전국적인 학습능력조사가 학교 줄 세우기와 사교육의 번성을 조장하는 원흉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고학력 엘리트를 길러내기 위한다는 명분이라면 국가주도의 기초학습능력조사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물론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의 정원을 소수정예화하고 국가 영재는 정부에서 거의 무상으로 교육 지원한다는 전제가 성립한 이후의 문제다.

그리고 학습능력조사는 절대로 사교육을 받아 문제를 잘 푸는 방식을 익히면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성취도 평가방식이 아니어야 한다. 학생들의 지능과 실제 능력을 알아보는 가능성 평가로 시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대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교육의 혜택으로 학습능력조사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있는 집안의 자식들이 무상으로 기득권을 세습하는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다. 물론 있는 집안 자식이라도 일정한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면 당연히 국가 엘리트 육성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사교육으로 길러서 영재로 키우는 사회가 아니라 영재이기 때문에 국가가 길러주는 시스템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개인의 의지보다는 시스템으로

이 전제가 성립한 후 국가가 어려서부터 정기적인 학습능력조사를 통해 수학능력이나 언어능력, 예술분야 등에서 뛰어난 자질을 보이는 인재들을 국가 주도의 영재교육 프로그램으로 관리하여 순수학문과 기술경쟁력 창출의 근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들은 새로운 고학력 엘리트 집단이 될 것이다. 그리고 건강한 의미의 국가 엘리트로서 나라 발전에 기여하는 집단이 될 것이다. 이런 고학력 엘리트는 국가 주도로 무상교육에 가까운 혜택을 받아 성장할 것이기에 개천 바닥에서 신음하는 이무기들도 용으로 거듭날 기회를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 돈이 없어도 영리하고 자질만 있다면 서울대와 카이스트,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 무상으로 진학하여 노벨상을 받을만한 인재로 자라나는 것이다.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유치하면서 본격화된 엘리트 체육 프로그램이 비판의 여지도 있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서울올림픽 세계4위 그리고 그 이후에도 꾸준한 성적을 내는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은가. 엘리트 체육 프로그램에서 결함으로 지적된 창의적인 플레이와 다른 관리상의 문제들 예컨대 학연․지연 중심의 대표 선발문제 등을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국가 엘리트 육성의 발전과제로 해결해나가면 된다. 그리고 신 국가 엘리트 집단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도 함께 고민해가며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또 다른 발전과제로 삼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물론 새로운 국가 엘리트층이 학벌 귀족이 되어 다시 우리 사회의 특권층으로 등장하지 않도록 하는 일, 그리고 여기에 진입하기 위해 온 사회적 관심과 비용이 집중되지 않도록 사회구조를 바꾸어 나가는 일은 단박에 해결할 수 없는 장기적 과제이다. 일단 이를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왜곡된 학벌구조를 비판하기만 하면서 현실적으로 대책 없는 공교육 강화 주장만 내세우며 낭만적인 평등사회의 이상을 대안처럼 내세우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모두가 평등한 인간 사회는 없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은 현실적으로 인간의 평등함을 추구하며 보다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 지금 당장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한 꿈이다. 다만 보다 평등하고 다른 것을 틀리다고 말하지 않는 다원화된 인간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는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명문대를 나오지 않으면 권력의 핵심부에 진입할 수 없고 그 순열주의의 피를 받지 않으면 “틀렸다”는 낙인이 찍혀 크게 기를 펴지 못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개천에서 어쩌다 용이 나더라도 그 순열주의의 경로를 밟지 않고서는 용트림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점차 그 통로도 대대로 용이 나는 집안에서만 밟아갈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개천에서 이무기가 용으로 커서 날아갈 수 있는 여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다양한 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는 이무기들을 발견해서 펄쩍 개천을 뛰어올라 큰 강과 바다로 나오게 해야 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하늘을 날며 힘차게 용트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원래 강과 바다에서 용이 될 준비와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더욱 잘 자랄 수 있도록 놔두면 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들의 기회를 뺏자는 게 아니라 개천 바닥에서 용이 될 자질이 있는 이무기들이 상처받고 사장되어 버리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받기 쉽다. 모두 지금 우리사회의 권력구조가 지나치게 일원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권력구조에 진입하는 길을 다양하게 만들자는 주장은 그 권력구조의 안에 있는 자들의 기득권을 해치는 공격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특히나 가족 우선주의와 결합한 단극화된 권력구조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 번 잡은 권력은 반드시 가족 내에서 대를 이어 세습되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권력의 출원지가 다양화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 한 번 잡은 권력을 놓으려는 멍청이는 없다. 더군다나 권력세습은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배운 사람들과 가진 사람들 중 자신들의 탐욕과 욕심을 드러내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겉으로는 교양 있고 여유로운 척하며 직업의 귀천이 없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온다는 말을 언제나 되풀이한다.

티브이나 언론 매체에서도 억척같은 의지를 가지고 밑바닥에서부터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역정을 찬양하며 누구나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웅변한다. 그러나 그런 기회의 성취가 어떤 우연이나 한 인간의 특별한 의지에 따라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국가 엘리트 육성 프로그램 등의 시스템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게 내 주장이다. 특별히 개천에서 용 난 이야기가 언론보도의 미담이나 훈훈한 소식으로 포장되어 배달되지 않았으면 한다. 능력을 가진 자라면 국가가 우선 발굴하여 육성해서 개인의 가치실현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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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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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선생은 쉬크하십니다. 도도하다고 할까요. 주인이 집에 오던말던 당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확실히 강아지보다는 외로움을 덜 타는 동물인 것 같습니다. 쉬크한 우리 아롱선생, 아침 식사 줄 때나 고기 반찬을 곁들여 줄 때 빼고는 사실 그렇게 주인에게 살가운 편이 아닙니다~ ^^

이렇게 도도하신 아롱선생은 그럼 주로 혼자서 뭘하시냐 하면, 주로 잡니다~ *^^*
가끔 돌아다니며 집에 있는 벌레를 잡아 괴롭히기도 하고, 옷장에 숨어 절 힘들게 하기도 하고, 대체 어디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꽁꽁 숨어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아롱선생은 낮잠을 주무십니다.

그러나!
우리의 아롱선생, 절대 침 흘리며 자지 않습니다. 늘 귀엽게 깜찍하게 사랑스럽게 잡니다. 가끔 자다 자기 몸무게에 못 이겨 목이 뒤집히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너무 귀엽게 잡니다.



맨 마지막에서 두번째 사진이 자다가 자기 몸무게에 못 이겨 목 돌아간 사진입니다~ ^^;;;
그래도 귀엽지 않습니까? ㅎㅎㅎ

너무 잠만 자면 제가 심심해서 깨우기도 하지만, 보통은 너무 귀여워서 자게 내버려 둔 답니다. 확실하게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보통 고양이는 하루 중 반 정도를 잔다고 하네요~ 제가 봐도 참 많이 자는데, 생각보다 더 많이 자네요~ ^^

처음에는 야행성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밤에 활동이 잦았는데, 주인들이 다 밤에 잠을 자서 안 놀아줘서 그런지 자기도 밤에 잠을 자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낮잠 자는 시간이 길어졌나봐요~ 그래서인지 가끔씩 주말에 아롱이랑 놀아줘야지 하고 집에 일찍 들어와 봤자 자기는 해가 잘 들어오는 곳에서 저렇게 푹 늘어져서 잔답니다~ ^^;;;

자! 이어지는 뽀너스 사진~!


이 사진은 도도한 아롱선생의 특징 중의 하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쉬크한 아롱이는 자신의 발이 누구 아래 있는 꼴을 못 봅니다. 저렇게 살짝 발에 손을 놓기만해도 당장 자신의 발을 제 손 위에 갖다 놓는답니다ㅋ 아마 저것도 고양이의 특징 중의 하나인거 같은데, 우리 쉬크한 아롱선생은 백이면 백 저렇게 행동한답니다. 강아지들은 "손!", 혹은 "발" 이렇게 부르면 발도 내밀고 하던데 우리 아롱선생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랍니다~ ^^

꼬릿말 : 생각보다 블로그에 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요~ 제 친구가 자기네 회사 앞에 애완동물 관련한 큰 도매 창고가 있다고 합니다. 소매가에 3-4만원 하는 유기농 사료를 도매가에 주신다고해서(거의 반값!) 저도 이번에 1킬로 짜리 미국산 사료(미국산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요...)를 4개 세트로 샀답니다! 하나에 도매가는 3만원이라는데 1만원에 주셨다는!!! +_+ 혹시 제가 부탁하면 더 해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서, 혹시나해서 글 남깁니다~ *^^*

요새 아롱이의 일기를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응원에 힘이 팍팍입니다!!!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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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정대진 (책마루,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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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초안이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위 도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글 싣는 순서>

막힌 물길

중학교 3학년, 이재민의 경우/ 꿈은 꿈일 뿐이다 / 함께 꾸는 꿈도 현실이 되지 않는다 / 계속 꿈만 꾸어야 하는가 / 다른 꿈을 꿀 수는 없을까 / 다른 꿈도 못 꿀 수 있다 / 볕도 안 드는 뿌연 개천에서 살아가기 / 통계로 보는 볕 안 드는 개천 바닥 / 오늘날의 개천은 강과 바다로 닿지 않는다 / 강과 바다에 사는 아이들은 행복할까

개천에서도 용은 났으나

개천에서도 용은 났으나 / 다이너마이트에 불장난하는 대한민국? / 억울하면 출세해라, 왕조의 몰락과 식민지배/ 억울하면 출세해라, 정부수립과 고착된 기회주의 / 억울하면 출세해라, 뿌리 깊은 기득권과 막힌 공로(公路)/ 개천에서 용 되려면 무조건 “중앙으로!” / 대학입시는 계급투쟁 / 가족 이기주의 / 늘어나는 사회비용 / 인삼이나 산삼보다 귀한 고3 / 무한발전 사교육 / 병목현상 / 패자부활전도 없다 / 왜 이렇게까지 / 개천에서 난 용 한 두 마리로는 안 된다

물길을 트자

한 곳으로만 흐르는 물길, 막힐 수밖에 없다 / 한 곳으로 갈 거면 물길이라도 다양하게 / 개인의 의지보다는 시스템으로 / 시스템의 가능성 하나, 국가 엘리트 육성 프로그램 / 가능성이 여는 세상①- 개천에서 난 용,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다 / 시스템의 가능성 둘, 교육발전종합계획 / 가능성이 여는 세상 ② - 두렵지 않은 ‘제2의 인생’,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세상 / 새로운 사회를 위한 가능성, 만16세 투표권 / 가능성이 여는 세상 ③ - ‘엘리트 농사꾼’, 김의원



패자부활전도 없다

중앙권력이 모든 걸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여기에 진입하기 위해 극심한 ‘병목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뚫기 위해 ‘계급투쟁’과도 같은 대학입시에서 승리하는 게 첫 번째이다. 재수, 삼수도 마다하지 않는 게 한국인들의 행동방식이었다. 그나마 요즘에는 ‘받쳐줄 수 있는 집안’ 아이들이나 재수, 삼수도 마음 놓고 할 수 있다. 우선 대학에 들어가 이른바 ‘반수’를 한다고 해도 등록금 천만 원 시대에 등록금은 등록금대로, 재수비용은 재수비용대로 지출하는 일은 웬만한 가계에서는 감당키 힘들다. 온전히 재수, 삼수만 한다고 해도 의대나 교대에 갈만한 될성부른 떡잎이 아닌 이상 집에서도 계속 돈대주기에는 본전 생각이 안 날 수 없다.

그러다보니 ‘패자부활전’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어차피 중앙권력에 진입하여 그럴싸한 인생을 살 가능성이 없는 인생은 주변부로 밀려나 표류할 수밖에 없다. 원래 ‘패자부활전’은 ‘승자’와 ‘패자’의 구분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승자독식주의 사회이다 보니 패자들에게 떡고물이라도 나누어 주기 위한 관용이 허락되지 않는다.

건강한 사회는 사실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모호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저마다의 가치와 목표에 따라 다양한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삶의 모습이 다원주의에 입각하여 인정받아야 한다. 누가 인생의 승자이고, 패자이다, 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든 사회가 진정한 사람 살 만한 세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대학입시에 실패한 10대 청소년은 일단 ‘패자’로 분류된다. 이를 당연한 상식으로 여긴다. 그리고 이 ‘패자’들은 달리 갈 곳도 없다. 내가 1996년 겨울에 대학교 네 군데를 떨어져봐서 안다. 앞이 캄캄했다. 재수 결심을 하는데 한 달 가까이 걸렸다. 재수를 하는 거 외에는 다른 출구가 없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대학공부가 크게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을 안했다. 그렇지만 갈 길이 없었다. 일단 대학에 가서 생각해보라고 주위에서도 조언했다. 그 후에 글을 짓던, 밥을 짓던 하라는 것이었다.

재수를 하기 위해 서울에서 잘 가르친다는 재수 종합반 입학시험도 봤다. 그런데 거기서도 떨어졌다. 수학을 잘 못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될 막힌 구조였다. 한번 패자가 되면 줄줄이 다음 코스에서도 패자의 길을 걷게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패자’를 한 해 수십만 명씩 양산하는 게 우리 사회이다. 서울의 명문대를 가는 수만 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대부분 열패감에 빠진 채 20대 청춘을 시작한다. 설혹 명문대에 갔다고 그 안에서 상위 1만 명안에 들어보겠다고 반수와 재수를 선택하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먹을 만한 떡과 열매가 한 곳에 모여 있으니 그 근처에 못가는 사람들은 떡고물, 과일껍질도 구경 못한다. 일단 떡과 열매가 한정되어 있고 그리고 거기에 이르는 길이 좁기 때문에 패자부활전을 폭넓게 열어 누구에게나 제2, 제3의 기회를 주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개천에서 차근차근 올라와 상류의 물줄기로 나아갈 어린 물고기들을 보기 힘든 것도 당연한 일이다.

 

왜 이렇게까지

예전처럼 개천을 거슬러 올라와 하늘로 훌쩍 뛰어오를 인재들을 구경하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패자부활전이 없기도 하거니와 전반적으로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첫째, 경쟁의 틀이 많이 변했다. 학력고사 시절에도 고액과외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달달 외우고 익히면 가난한 집 아이라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수능과 논술이라는 종합 사고력 측정 방식으로 대입제도가 바뀌었다. 대학별로 다양한 입시전형이 실시되기 시작했다. 이후 정교한 사교육의 컨설팅과 학부모의 정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혼자서는 ‘승자’가 되기 어려워졌다. ‘마이스펙(my spec)’뿐만 아니라 각종 경시대회와 봉사활동 등도 챙겨야하는 ‘마더스펙(mother's spec)’도 필요한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둘째, 사회경제구조가 변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탱해오던 중산층이 점차 붕괴되고 양극화 구조로 사회경제구조가 변했다. 이것이 변화한 ‘경쟁의 틀’과 얽혔다. 있는 집안은 ‘마더스펙’까지 충분히 챙기며 준비하고, 없는 집안은 망연자실 그저 시류에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강남 지역에서는 자녀를 아프리카나 동남아 오지 등으로 국제봉사활동을 보내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서민층의 자녀는 봉사활동 비용을 대지 못해 가고 싶어도 못 간다. 봉사활동의 진정성은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대입 전형 시 봉사활동 분야에서 국제봉사활동을 한 학생과 평범한 쓰레기 줍기, 독거노인 도시락배달을 한 학생 중 입학사정관이 관심을 기울일만한 학생이 누구인지는 따로 묻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셋째, 제도화되지 않은 질서와 문화가 제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에 가는 것이 곧 법관이나 관료로 입신출세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라도 일정 자격만 갖추면 제도적으로는 고시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서울대를 가는 게 고시준비에 유리하고 고시에 합격한 후 인생을 개척해나가는데 인맥이나 정보력에서 월등히 유리하기 때문에 모두 서울대에 목을 맨다. 서울 명문대 출신이어야 집중화된 중앙권력에 진입하기 쉽고 그리고 이 커넥션 안에서 사회적 자원분배가 이루어진다. 이 커넥션 안에서 제도도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세상 흐름을 읽는 한국이라면 누구든 서울 명문대에 직접 진학하거나 혹은 자기 자녀라도 꼭 보내려고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면서도 명문대 출신 엘리트들이 모든 걸 독점하는 꼴은 용납하지 못하는 게 한국인의 정서이다. 그래서 대선에서 엘리트 이미지 후보 대 서민층 이미지 후보가 붙으면 대개 서민층 이미지를 가진 후보가 승리를 거두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 개천에서 난 용이 한국 대통령 중에는 꽤 많았다.

 

개천에서 난 용 한 두 마리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미 개천에서 났던 용들도 다음 이무기들을 위해 개천을 강과 바다로 이어주는 물길 공사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해서 문제이다. 개천에서 난 용에 속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이 나라의 최고지도자를 지냈음에도 시간이 갈수록 단극구조의 중앙권력에 대한 집착과 여기에 진입하기 위해 공교육과 사교육 양쪽에 모두 들어가는 이중비용은 날로 커지고 있다. 중앙권력의 변방에 있던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고, 제대로 된 사교육의 혜택은 별로 받아보지도 못했을 것 같은 사람들이 최고지도자가 되면 뭔가 바뀌어야 하는데 이건 영 아니다.

이미 기성세대에게서 문제해결의 원천적인 실마리를 기대하는 건 힘들어 보인다. 우리 사회의 최고의사결정 집단을 이루고 있는 5,60대는 자식 세대인 2,30대가 청년실업과 무한경쟁의 가속화 속에서 힘들어 하는 걸 보고 있으면서도 개인의 노력만을 주로 강조하고 있다. 자신들의 젊은 시절의 시대적 조건과 지금 시대의 조건이 달라진 점을 깊이 고려하지 않거나 혹은 모른 체하며 젊은이들을 더욱 가혹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이는 흔히 ‘진취적인 도전’ 혹은 ‘치열함’ 등으로 포장되어 젊은이들을 더욱 옭아맨다. 하지만 김영하의 소설 《퀴즈쇼》에서도 묘사되듯이 지금 젊은 세대는 단군 이래로 가장 많은 교육을 받고, 외국어와 컴퓨터, 각종 지식과 자격증 등으로 중무장한 세대이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의 부모 세대들은 지금 젊은이들이 잘하는 것 중 한 가지만 하고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었다. 지금 젊은이들은 각 개인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부족해진 일자리와 더욱 좁아진 중앙권력으로의 진입통로가 막혀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미국 MBA를 따가지고 오면 직장을 골라잡아가며 안정된 고소득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대기업 신입사원 구인광고란에 ‘미국 MBA・변호사・공인회계사 우대’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미국 MBA나 변호사,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예전에는 멋들어지게 사는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고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도 신입사원 선발 시 겨우 ‘우대’해준다는 조건에 따라 작은 희망이라도 가지고 입사지원서를 내야하는 현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20대 젊은이들은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할 수밖에 없다. 합리적인 개인이라면 친구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과 사회를 토론하는 시간보다는 혼자서 밥을 먹고 도서관에 앉아 영어나 중국어 공부를 하고 전공관련 서적을 탐독하는 걸 당연히 중시하게 된다. 연대와 협력이라는 것도 실질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스터디 모임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이나마 여기서도 서로 도움만 되는 부분만 취하고 모른 척하려는 얌체들 때문에 종종 다툼이 나기도 한다. 예전에는 평생직장 개념이 있었기에 젊은 시절부터 그렇게 재테크에 목매달지 않아도 되었다. 친구간의 의리와 이웃 간의 정으로 표현될 수 있는 연대와 협력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조건이 있었다. 5,60대 부모세대들의 젊은 시절 이야기이다.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요즘 젊은 것들은 낭만도 없고, 지들밖에 몰라”라고 손가락질할 줄 모른다. 하지만 제 자식만큼은 도서관에 앉아 열심히 공부해서 남들 밟고서라도 좋은 기업에 취직하고, 고시패스해서 출세하기를 바란다. 기성세대들 중 IMF 이후 구조조정의 바람에 휩쓸려 비참한 중년신세가 된 이들도 많지만 지금 젊은이들처럼 젊어서부터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신음하지는 않았다.

산업화 시기에 밤낮을 모르고 젊은 시절을 보냈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고생을 해서 경제적 풍요를 이루었으면 그 과실을 자식 세대에게 안정적으로 이전하고 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도록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서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된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를 쥐어짜서 조직을 굴릴 고민을 한다. 새로운 경쟁시대의 악조건을 젊은 세대들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도 보통이다. 기업의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군살빼기를 하려면 억대연봉을 받는 임원들의 임금을 깎아야지 왜 쥐꼬리 만한 신입사원들의 임금을 깎는가?

우리 사회의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인 5,60대가 이러하다면 사회의 중견세대로 접어든 486세대에게 희망을 걸어보자고 할 수도 있다. 이들은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며 군사독재정권을 퇴진시킨 세대이다. 그 어느 세대보다도 정치적으로 훈련되었고 조직적인 행동을 해봤던 경험을 공유한 세대이다. 젊은 시절 연대와 협력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중추역할을 하며 정치적으로 상당한 역할을 했던 이른바 386세대였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가 사회의 중견간부로 자리 잡은 지금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기러기 아빠의 원조가 바로 이 세대이다. 지금 10대들을 과잉 사교육의 광풍에 내몰고 있는 부모세대가 바로 이 세대이다. 세상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자신들의 20대를 바쳤던 세대이기도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변한 세태 속에서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세상에 적응하여 벤처붐을 타기도 하고 신성장 지식산업의 최일선에서 부를 창출하며 사회의 중견세대로 자리잡아간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도 대부분 가족 우선주의와 중앙 집중 권력구조의 굴레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대부분 자기 자식인 현재 10대들에게 교육을 통해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와 부를 전수하는데 여념이 없다.

40대 지식인 교수들 중에 미국 대학으로 안식년을 다녀오면서 자기 자식을 데리고 들어오는 교수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자기 자녀를 조기유학생으로 현지에 남겨두고 온다. 잘나가는 벤처 기업인과 변호사, 의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 중 기러기 아빠 생활을 권유받지 않았거나 아예 생각을 안 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 단극구조의 중앙권력에 안착한 486세대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크게 반하는 정치적 활동을 할 필요성이 없다. 문제점이 있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이미 중앙권력의 단맛을 향유하고 있는데 굳이 그 꿀단지를 깨버리거나 줄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중앙권력에 들어오지 못한 486세대들은 자영업이나 샐러리맨 생활을 하며 자신들이 ‘성공’하지 못한 인생으로 늙어감을 한탄하는 시점으로 접어 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자기 자식들의 교육에는 더욱 매달려 자식들을 ‘출세’시켜 중앙권력의 단맛을 느껴보게 하려고 사활을 걸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은 성공한 자식들의 부모가 되어 여생을 보장받는 그림을 그린다. 단극구조의 중앙권력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렇게 성공과 실패가 명확히 갈리지도 않고 죽기 살기로 몇 가지 좋은 직업군에 모두가 매달리지 않아도 될 텐데 어쨌든 우리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다.

구조상 한 두 개인의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우리는 너무 먼 길을 왔다. 이제 개천에서 용이 나기도 힘든 시절이기도 하거니와 개천에서 한 두 마리 용이 나도 구조적으로 중앙권력의 단극 시스템에 빨려 들어가게 되어 있다. 용들도 개천 밑바닥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무기들을 끌어올려주거나 사다리를 내려줄 여유가 극히 없다. 날아가 버린 용들과 개천 밑바닥에서 퍼덕거리는 이무기들이 서로 갈라진 물길에서 상승작용을 하지 못하며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만약 물길이 완전히 갈라져 중간 호수나 계곡도 없어진다면 개울가는 계속 썩어가기만 할 것이다. 그 개울가에서 이무기들이 썩어 없어지면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 썩은 냄새는 온 나라를 뒤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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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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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선생은 집에 와 얼마 지나지 않아 동물병원에 다녀왔답니다. 아무래도 어디서 왔는지도 알 수 없는 아롱선생이었기에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 에피소드는 사진을 몇 장 더 찾아 추후에 올리겠습니다. 도망다니고 깨물고 할퀴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 아무튼 그 날 하루만 20만원이 넘는 돈이 깨졌다는... 얼마 전에 제가 반나절 동안 받았던 건강검진이 35만원이었으니까 30분도 채 안걸린 아롱이의 첫 병원 방문은 참 여러모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엔 마냥 손님 같던 녀석은 금방 집주인 행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롱이는 처음 집에 온 그날부터 똥오줌을 가렸는데, 처음엔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한 달 후 정도부터 냄새가 진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고양이는 처음에 낯선 곳에 오면 적에게 자신의 은거처를 알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배설물을 모래 등으로 덮어놓는데, 그 곳이 확실히 자신의 영역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그런 행동을 더 이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암튼 아롱선생의 배설물 냄새를 맡아가며 우리는 조금씩 친해져갔습니다~ ^^;;

사진은 아롱이가 마루와 컴퓨터 앞에서 놀아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모습입니다.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
아롱이는 저렇게 마루에 누워있다가도 방에서 소리가 조금이라도 나면 저렇게 후다닥(아롱이만의 "후다닥"이 또 있습니다, 추후에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를!) 달려오고 합니다. 아마도 저 자리가 마음에 든거 같습니다.

하지만 저렇게 계속 가만히 앉아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컴퓨터로 작업이라도 하려치면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특히  방의 침대 밑이나 장롱 아래 등 먼지가 많은 구석진 곳으로 들어가려고 하기 때문에 밖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문을 잠궈두려 합니다. 그러면 또 우리의 아롱선생 가만히 계시질 않죠~

한번 보실까요? ㅎㅎㅎ


열심히 방문을 향해 잽을 날리는 중이신 아롱선생 되겠습니다~ ^-------------^
고양이의 특징인지, 아롱이의 특징인지 한번 호기심을 가진 것에 대해서는 집착하는 경향이 강해서 한번 흥미를 가진 것에 대해서는 계속 옆에 두고 놀고 싶어합니다. 그 중 하나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있는 키보드 위에 앉아 컴퓨터 하는 사람을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정말 어이가 없죠~ ㅎㅎㅎ 제가 방문을 닫아 놓는게 이해가 되실거라 생각합니다~ ^^;;

그럼 티비를 보는 거실과 컴퓨터 하는 컴방에만 아롱선생이 흥미를 가지느냐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아무래도 밥을 주는 엄마를 가장 잘 따르기 때문에, 엄마가 일을 하시는 중에도 항상 그 옆에서 고기반찬(아롱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참치가 들어 있는 밥) 달라고 계속 "아롱아롱" 외치며 시위 아닌 시위를 합니다~



엄마가 다용도실에서 야채를 다듬고 계신데 그 옆을 계속 맴돌며 아롱아롱 하고 있다가 찍힌 사진입니다~ ^^

아롱선생은 잠도 많이 주무시고, 밥도 자주 많이 드시고, 놀기도 참 많이 노십니다. 그만큼 온 집을 뛰어다니며 어지럽히기도 많이 어지럽히지요~ 그래도 처음에 비해 정말 이 집의 가족처럼 온 집을 자기 집처럼 생활하는 아롱선생을 보면 흐뭇하기도 하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아롱선생의 즐거운 하루를 빌어주세요~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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