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 4

내릴 수 없는 기차 4: 맑스와 상품물신 (3)

4. 상품물신을 이해하는 데 추상이 그토록 중요한가?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그는 상품물신을, 아니 상품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맑스는 의 출발점인 '상품'장이 자본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임을 자인한 바 있는데, 사실 이 어려움의 많은 부분은 바로 추상과 관련된다.*   은 “부르주아 사회의 … 경제적 세포형태”(MEW23, 12, 김수행 1-상 4)인 상품의 의미를 묻는 데서 시작한다. 상품이란 무엇인가? 상품은 교환을 위한, 즉 사고 팔 수 있는 물건이다. 하지만 맑스는 이 뻔한 답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교환이 일반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은 “자명하고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 너무나도 이상한 것, 즉 “형이상학적 궤변과 신학적 잔소리로 가득찬 기묘한 물건”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내릴 수 없는 기차 3: 맑스와 상품물신 (2)

3. 교환의 양적 비율이 갖는 규범적 힘이 실제 교환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애초에 교환에 참여할 때 행위자의 관심은 상품의 사용가치에 있다. 사용가치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면 애초에 그는 교환에 참여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교환과정에서 이 관심은 사라진다. 상품은 교환가치로 환원되어 행위자들의 관심은 교환가치로 이동한다(하인리히, , 73 참조). 즉 그들은 이제 “자신의 생산물로 자신들이 타인의 생산물을 얼마만큼 얻을 수 있는가, 그래서 생산물들이 어떤 비율로 교환되는가”(MEW23, 89, 김수행 역, 1-상, 94, 번역 일부 수정)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우리 사고가 개념을 형성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후자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

내릴 수 없는 기차 2: 맑스와 상품물신 (1)

2. “이대로 가다가는 다 죽는다는 걸 알아도 대부분의 사람들로 하여금 [기차에서ㅡ인용자] 내릴 수 없게 만드는 위력”이 자본주의에 내장되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또 이를 해명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던 이가 을 쓴 맑스였다.  자본주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적 인간형이 재생산되어야 한다. 이는 베버만이 아니라 맑스도 잘 알고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베버와 달리 맑스는 자본주의에 대한 그 어떤 환상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베버와 달리 그는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데 근면이나 성실과 같은 어떤 개신교적 가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맑스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그 어떤 긍정적 가치도 동원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자신을 재생산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을 통해 의식적으로 자본주의적 사회관계를 ..

내릴 수 없는 기차 1

1. 백낙청은 탈성장론을 비판적으로 점검하는 맥락에서, 오늘날 사람들이 “자본주의 나쁜 건 알지만 자본주의 무서운 건 덜 실감하는” 편이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백낙청, , 351면). 그의 이러한 발언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제전환’이 요구되며 체제전환을 위해서는 ‘경제적 성장주의’ 담론의 극복이 긴요한 과제임을 주장하는 탈성장주의적 운동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체제전환을 꿈꾸는 사람들이 탈성장의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서 시기와 지역에 따라 얼마만큼의 성장을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한지를 연마”하지 않는다면 “대중의 먹고사는 문제를 도외시한 당위론”, 즉 현실과 분리된 “탁상공론”에 그칠 것이며, 이렇게 되면 “대중은 탈성장론을 일부 ‘잘난 사람들의 거룩한 말씀’ 정도로 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