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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9

Robert B. Pippin, “절대지”로서 “경험의 논리(학)” Robert B. Pippin, "The "logic of experience" as "absolute knowledge"", In : Hegel's Phenomenology of Spirit , Ed. Dean Moyar & Michael Quant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8, pp.210-227  1   [210]  헤겔이 자신이 발명한 새로운 철학적 형식인 (이하 )을 규정할 때 나타나는 문제점은 너무 많은 기술記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떤 기술들은 명백히 다른 기술들에 대한 재정식화 혹은 상술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경우들에서는 기술들이 서로 비일관적이거나 그의 (1802년에서 06년 사이 예나에서 빠르게 진화한) 사유 속에 있는 서로 다른 시기를 반영하는 .. 2024. 9. 16.
Frank Ruda, "놓아줌Entlassen. 헤겔, 희생, 해방에 관하여" "Entlassen. Remarks on Hegel, Sacrifice and Liberation",  in Crisis & Critique, Jun., 2014 , pp.111-129.   예비작업 : 운명론에서 희생으로 [111]  이하 언급되는 내용은 내가 다른 곳에서 발전시킨 것, 즉 오늘날 숙명론을 옹호할 필요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옹호의 동기는 자유에 관한 문제적 이해理解를 분석하면서 획득되었고, 이러한 분석은 특히 데카르트, 칸트, 헤겔에 의해 정식화되었다. 이 저자들이 비판하는 자유에 대한 문제적 이해의 결정적인 특징은 자유를 능력capacity으로 믿는다는 것에서 구체화된다. 데카르트 및 다른 이들은 그러한 이해의 현상적 효과를 무관(심)한 상태state of indifferen.. 2024. 9. 9.
헤겔의 '에덴에서 추방' 해석(Interlude): 우리는 사랑할 수 있을까 ― 황지우 <뼈아픈 후회> 잠시 사랑으로 눈을 돌려보자. 뼈아픈 후회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 나에게 왔던 사람들, /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 ... /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 신상(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 언제 다.. 2024. 9. 8.
헤겔의 '에덴에서 추방' 해석 (2) : 앎의 딜레마 “상처를 입힌 창槍이 상처를 봉합한다.” - 오페라   中  ‘에덴에서 추방’에 관한 이상의 설명은 구약에서든 헤겔 입장에서든 아직 반쪽짜리이다. 왜냐하면 우선 헤겔은 이 상처와 분열을 극복―‘헤겔어語’로 하자면 “지양aufheben”―하고 세계와 “하나 됨을 복원”한다고 선언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에덴에서 머물 때 신의 뜻(곧 그리스의 윤리/인륜에서 습속이었던 것)이 투명하게 세계의 의미를 전해주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사고를 통해 다시 세계를 이해하게 될 것이며 “세계와 다시 하나 될 것이다.” 게다가 이 복원은 자의적으로 헤겔이 사고에 부과하는 목표도 아니다. 왜냐하면 사고가 원했던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세계를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고로 인한 “분열[상태]가 인간에 관한 모든 .. 2024. 9. 8.
헤겔의 '에덴에서 추방' 해석 (1) : 앎의 자기 학대 [  이 글은 2024년 9월 6일 부분 수정되었으며 "앎은 상처다" 이하 부분이 추가 되었습니다. ]  “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 ” (창 2:17)   에덴동산 생명의 나무 옆 금지된 열매를 맺는 나무. 한국에서 흔히 ‘선악과 나무’로 부르지만 서양에서는 이를 주로 ‘앎의 나무’(Der Baum der Erkenntnis; tree of the knowledge)로 부른다. 사실 “정녕” 죽을 것이라는 확언에도 불구하고 신은 인간을 동산에서 추방하는 것으로 죽음의 형벌을 대신한다. 그런데 선악을 알게 되는 인간, 우리 말 표현으로 하자면 ‘사리 분별을 할 수’ 있게 되었음이 왜 죽음에 비견되는 추방령의 죄가 될까?   이에 대한 기독교 내 해석이 .. 2024. 8. 30.
헤겔, <철학백과> 1부 논리학 中 "예비적 파악" § 24. 추가 3. 일러두기 : 이하 번역된  24절의 추가 3의 두 번째 단락 헤겔은 철학이 맞닥뜨린 고유한 사태에 대한 종교적 표현이 '에덴에서의 추방'으로 표상됨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창세기 3장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고 추방당하는 장면이 상징하는 바에  대한 헤겔의 런닝 코멘터리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글이지만, 여기서 나타나는 유대-기독교의 원죄 관념을 활용하여 인간 사유의 출발과  해결과제를 설명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흥미를 끈다. 헤겔은 선악과를 먹음으로써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것이 인간 정신 및 사고가 자연과의 통일 상태에서 벗어난 것을 상징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인간이 스스로 사고한다는 것이 원죄가 되며, 심지어 사고능력이 인간에게 필연적인 만큼 원죄 역시 필연적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 2024. 8. 29.
내릴 수 없는 기차 3: 맑스와 상품물신 (2) 3. 교환의 양적 비율이 갖는 규범적 힘이 실제 교환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애초에 교환에 참여할 때 행위자의 관심은 상품의 사용가치에 있다. 사용가치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면 애초에 그는 교환에 참여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교환과정에서 이 관심은 사라진다. 상품은 교환가치로 환원되어 행위자들의 관심은 교환가치로 이동한다(하인리히, , 73 참조). 즉 그들은 이제 “자신의 생산물로 자신들이 타인의 생산물을 얼마만큼 얻을 수 있는가, 그래서 생산물들이 어떤 비율로 교환되는가”(MEW23, 89, 김수행 역, 1-상, 94, 번역 일부 수정)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우리 사고가 개념을 형성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후자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 2024. 8. 7.
자유, 필연성, 헤겔. (2): 한반도의 분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3. 헤겔이 이 문제를 다루는 곳은 제2권 "본질론"의 제3부 "현실성" 부분이다. 이 부분은 혹자에 의하면 "헤겔 철학의 분수령"을 이루는 곳으로, 헤겔의 중요한 테제인 "실체에서 주체로의 이행," 혹은 "필연에서 자유로의 이행"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 제3부의 제2절의 소제목 역시 "현실성"인데, 여기서 그는 소위 양상 범주, 즉 우연성과 필연성, 가능성과 현실성에 대해 논술한다. 그는 이를 세 가지 형식에 따라 설명하는데, 이 세 형식은 다음과 같다. a. "우연성 혹은 형식적 현실성, 가능성, 필연성," b. "상대적 필연성 혹은 실재적 현실성, 가능성, 필연성," c. "절대적 필연성." 이 세 형식은 각각 "형식적,"  "실재적," "절대적"인 것이라 말해질 수 있는데, 헤겔은 a와 b에서.. 2009. 8. 28.
자유, 필연성, 헤겔 (1) 1.한때 옛 소련에서 나온 철학교과서들이 유행하던 시기, 자주 듣던 이야기 중에 "자유는 필연성에 대한 인식"이라는 말이 있었다. 당시에 이 말은 역사의 합법칙적 필연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인용되었는데, 말하자면 역사의 수레바퀴는 누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굴러가게 돼 있으며, 이와 같은 역사의 객관적 필연성을 이해할 때 인간은 자유로와진다, 정도의 뜻으로 사람들은 이 말을 사용했다. 즉 "객관적으로 필연적인" 역사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때 맹목적이고 무의미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고 나면 역사의 법칙은 굴레나 구속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어릴 때 소설책에서 본 후 나에게 인상깊게 남아있었던, "운명은 순응.. 2009.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