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문 독서일지

[행복의문 독서 일지] 닉 서르닉의 《플랫폼 자본주의》(킹콩북,2020) 2장

행복의문 2024. 10. 8. 12:58
2장 플랫폼 자본주의
이 책 디자인이 어딘가 눈에 익다. 왜 그런가 싶어 봤더니 예전 박종철 출판사에서 나온 『마르크스엥겔스 저작선집』과 유사. 붉은 색과 검은 색의 조화. 맘이 편해지는 느낌이다.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옮긴이 해설과 미주를 제외하면 130페이지 남짓, 소책자 분량이다.
2장에는 본격적으로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설명한다. 사실 나도 처음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슨 역이나 항구의 승강장을 말하는 것인가 싶어 낯설었다. 읽고 나니 아주 다른 뉘앙스는 아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플랫폼이란 복수의 집단이 교류하는 디지털 인프라구조를 말하며, 따라서 소비자, 광고주, 서비스 제공자, 생산자, 공급자까지 서로 다른 이용자를 만날 수 있는 매개자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고속버스 승강장이나 열차 승강장이 딱 그런 곳 아닌가? 그런데 디지털 시대와 연관된 공간이니 구글이나 네이버를 떠올리면 될 듯 하다.
이 디지털 플랫폼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니는데, 어떤 디지털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검색이나 이용방식이 더 개선되기에 사람들이 더 몰리는 독점화 현상이 벌어진다고 한다. 아마도 다음과 네이버 포털 경쟁을 생각해보면 네이버로 사람이 몰리고, 서비스나 이용의 편의성 등이 더 좋은 것처럼 말이다. 또한 무료메일서비스 등과 같은 보조전략을 사용해 더 잡다하고 이질적 이용자를 모으며, 이들을 관리 제어하는 권력을 갖고 있다. 이런 플랫폼은 다른 기업이 작동하는 기초 지형을 제공하고 모든 산업으로 영향력이 확대된다고 한다. 왜일까? 이곳에 데이터가 모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 아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이미 우리의 일상은 플랫폼 자본주의에 깊숙이 빠져있다. 모든 시민들이 아침에 눈을 뜨면 담배를 찾듯 스마트폰을 열어 정보 검색을 시작한다.
거기에는 나의 모든 행적이 기록되어 있다.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책을 보며 누구와 어떤 생각을 나누는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경로로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등등. 소비 패턴과 심지어 정치적 입장까지. 하루 24시간 아니 1년 365일의 모든 일상 기록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기초 데이터로서 축적된다.
그러면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플랫폼 기업은 데이터를 정보로 가공하여, 광고, 산업, 제품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한다. 나의 모든 활동이 데이터로 수집-> 분석->가공 -> 활용되는 시대가 바로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라는 것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다음과 같은 구절이다.
"구글은 광고주가 원하면 언제나 목표 고객을 찾아 준다. 광고주는 이런 약속을 사는 것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 또한 인문학 콘텐츠를 판매하는 회사여서 구글과 네이버 키워드 광고를 하고 있다. 조심하시라! 여러분들이 검색 시 사용하는 인문학 키워드는 우리 회사 상품 광고에 활용되고 그 광고창이 뜨는 불편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인상 깊었던 부분을 추가하자면, 노동 형태의 변화이다. 90년대만 해도 네그리주의자들이 이야기해서 논란이 되었던 부분인데 이제는 그리 새롭지도 않은 부분이지만 노동과정이 비물질적 형태로 바뀌었고, 일반 시민들의 플랫폼에서 하는 활동이 자유/무료 노동인데 그 기업에게 이윤의 토대가 되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물질적 상품에 지식이 포함되어(물질성과 의식성의 결합, 신유물론과 연관?)있다는 점이다. 죄파 가속주의자들이 기본 소득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데 아마 이 부분이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2장 마지막 부분에 플랫폼 자본주의로의 변화가 노동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룬다. 고숙련 핵심 노동자는 높은 임금을 받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외주화 등을 통해 독립계약이나 호출노동처럼 비전형 일자리로 대체되며, 저임금 착취 구조 속에 놓이게 된다.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단기 혹은 일회적으로 일하는 초단기 근로형태, 이른바 '긱 노동자(Gig Worker)'의 등장이나 가이 스탠딩이 말했던 '프레카리아트'의 출현도 이런 자본주의 체제의 변동과 연동되어 있다.
닉 서르닉은 2장 결론에서 추억의 책 이름을 소환한다. 제르미 리프킨이 쓴 『소유의 종말』.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어떤 평론가는 이런 변화를 가리켜 소유의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는 소유의 종말이 아니라 소유의 집중이다. "접속의 시대"라는 찬사는 현실을 오도하는 공허한 미사여구에 불가하다."
3장은 플랫폼 기업들 간 경쟁 과정을 통해 플랫폼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다룬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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