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5

내릴 수 없는 기차 4: 맑스와 상품물신 (3)

4. 상품물신을 이해하는 데 추상이 그토록 중요한가?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그는 상품물신을, 아니 상품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맑스는 의 출발점인 '상품'장이 자본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임을 자인한 바 있는데, 사실 이 어려움의 많은 부분은 바로 추상과 관련된다.*   은 “부르주아 사회의 … 경제적 세포형태”(MEW23, 12, 김수행 1-상 4)인 상품의 의미를 묻는 데서 시작한다. 상품이란 무엇인가? 상품은 교환을 위한, 즉 사고 팔 수 있는 물건이다. 하지만 맑스는 이 뻔한 답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교환이 일반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은 “자명하고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 너무나도 이상한 것, 즉 “형이상학적 궤변과 신학적 잔소리로 가득찬 기묘한 물건”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Robert B. Pippin, “절대지”로서 “경험의 논리(학)”

Robert B. Pippin, "The "logic of experience" as "absolute knowledge"", In : Hegel's Phenomenology of Spirit , Ed. Dean Moyar & Michael Quant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8, pp.210-227  1   [210]  헤겔이 자신이 발명한 새로운 철학적 형식인 (이하 )을 규정할 때 나타나는 문제점은 너무 많은 기술記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떤 기술들은 명백히 다른 기술들에 대한 재정식화 혹은 상술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경우들에서는 기술들이 서로 비일관적이거나 그의 (1802년에서 06년 사이 예나에서 빠르게 진화한) 사유 속에 있는 서로 다른 시기를 반영하는 ..

논문 번역 2024.09.16

Frank Ruda, "놓아줌Entlassen. 헤겔, 희생, 해방에 관하여"

"Entlassen. Remarks on Hegel, Sacrifice and Liberation",  in Crisis & Critique, Jun., 2014 , pp.111-129.   예비작업 : 운명론에서 희생으로 [111]  이하 언급되는 내용은 내가 다른 곳에서 발전시킨 것, 즉 오늘날 숙명론을 옹호할 필요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옹호의 동기는 자유에 관한 문제적 이해理解를 분석하면서 획득되었고, 이러한 분석은 특히 데카르트, 칸트, 헤겔에 의해 정식화되었다. 이 저자들이 비판하는 자유에 대한 문제적 이해의 결정적인 특징은 자유를 능력capacity으로 믿는다는 것에서 구체화된다. 데카르트 및 다른 이들은 그러한 이해의 현상적 효과를 무관(심)한 상태state of indifferen..

논문 번역 2024.09.09

헤겔의 '에덴에서 추방' 해석(Interlude): 우리는 사랑할 수 있을까 ― 황지우 <뼈아픈 후회>

잠시 사랑으로 눈을 돌려보자. 뼈아픈 후회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 나에게 왔던 사람들, /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 ... /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 신상(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 언제 다..

헤겔의 '에덴에서 추방' 해석 (2) : 앎의 딜레마

“상처를 입힌 창槍이 상처를 봉합한다.” - 오페라   中  ‘에덴에서 추방’에 관한 이상의 설명은 구약에서든 헤겔 입장에서든 아직 반쪽짜리이다. 왜냐하면 우선 헤겔은 이 상처와 분열을 극복―‘헤겔어語’로 하자면 “지양aufheben”―하고 세계와 “하나 됨을 복원”한다고 선언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에덴에서 머물 때 신의 뜻(곧 그리스의 윤리/인륜에서 습속이었던 것)이 투명하게 세계의 의미를 전해주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사고를 통해 다시 세계를 이해하게 될 것이며 “세계와 다시 하나 될 것이다.” 게다가 이 복원은 자의적으로 헤겔이 사고에 부과하는 목표도 아니다. 왜냐하면 사고가 원했던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세계를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고로 인한 “분열[상태]가 인간에 관한 모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