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은 제가 늘 궁금하고 고민했던 문제들을 여쭤볼까 합니다.
이렇게 첫 타석에 서고 나니, 3할은 커녕 매번 병살타를 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
학부를 5년 만에 겨우 졸업을 하고 대학원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설레였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네요. 학부 때는 수업시간에 질문하는게 쉽지 않아 저처럼 이해가 더딘 학생에게는 수업이 어렵기만 했습니다. 100명씩 듣던 대형 강의실에서 벗어나 세미나실에서 10명이 안되는 인원이 수업을 한다면, 수업 시간에 모르는 게 나오거나 평상시 궁금한 걸 물어보고 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대학원 수업은 기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원했던 토론은 아주 적었고 영어 독해는 아주 많았습니다. 발표에 따른 질문에 질문이 이어지는 수업을 기대했던 저로서는 일주일 내내 영어독해에만 매달려야 하는 일상이 못내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그것이 다 훈련과정이고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선배들은 말해주었지만 정말 재미가 없었습니다. 나는 물어볼게 너무 많은데, 궁금한게 너무 많은데 아무도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모두들 원서와 GRE 책을 들고 다녔습니다. 공부는 대화가 아니라 영어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학회에 가입을 했습니다. 세미나를 하면 분명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고, 갑론을박 논쟁을 하면서 내가 갖고 있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평상시에 늘 몇 가지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학부 때부터 생긴 궁금증이었고, 아직 제 나름대로 시원한 답을 찾지 못해 갖고 있는 질문들이었습니다. 가령, “조선일보는 무엇이 나쁜가?”라는 질문에 저는 명쾌하고 논리적인 답을 스스로 찾질 못해 갈증이 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물어보았습니다. 선배들 반응이 참 놀라웠습니다. 많은 시간 동안 대화하고 논쟁이 오고 갔지만, 제가 원했던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선배들은 조선일보는 무조건 악이라는 전제를 미리 깔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생각되어 또 물어보았더니 조선일보의 역사적 출발점부터 현재의 왜곡보도까지 선배들은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또 물어보았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조중동을 제일 많이 보지 않습니까, 그러면 사람들은(민심은 천심이라면서) 왜 조중동을 보는겁니까 라고 말입니다. 자전거, 상품권으로 대표되는 불법 구독 권유 등 많이 이야기가 또 나왔습니다. 사실상 한나라당의 기관지이다, 우리의 역사를 되돌리는 신문이다 라는 얘기 역시 나왔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그러면 왜 안됩니까 라고 말입니다. 조선일보도 나름대로의 논조가 있을 것이고 그게 그 신문의 방향이라면 불법이 아닌 다음에야 그게 무슨 문제가 됩니까 이렇게 물었습니다. 선배들은 저보고 어떻게 대학원에 입학했냐고 되물었습니다. 이 날 저는 스스로 심하게 자책을 했습니다. 내가 무언가 잘못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나는 남과 다르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걸까 라고 말입니다. 어쨌든 저는 그렇게 학교와 세미나에 차차 흥미를 잃었고, 바로 휴학을 하고 군입대를 하였습니다.
입대하고 천천히 생각을 해보며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결국 제 질문은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조선일보는 제 생각에도 좋지 않은 신문이지만, 그게 왜 나쁜 신문인지 A4 용지 한 장에 간단명료하게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이, 딱히 학교에서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식사를 하면서 간단명료하게 정리해서 말해줄 수 있는 것이, 궁극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공부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매듭짓고 나니 한결 시야도 넓어지고 여유도 생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대를 코 앞에 두고 있는 요즘, 또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간 건 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정국 때였습니다. 그렇게 지켜낸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 저는 하루종일 먹먹해 어지럽기만 했습니다. 촛불은 다시 뜨거워졌고 제 눈에도 눈물이 흘렀습니다. 대통령이 미웠고, 검찰을 욕했고, 조중동을 증오했습니다. 그렇게 먹먹한 시간이 지나갈 무렵, 우연히 택시를 타고 나서 말문이 막혀 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택시 기사는 노무현과 지난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분이 확실했습니다. 다만 그 분이 말씀하시는 말에 제가 반박을 딱히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스스로 자책감이 들었고 한심했습니다. 그 분은, “돈 받아 놓고 아내와 자식 살리려고 자살한게 서거는 무슨 놈의 서거냐”, “그렇게 떳떳했다면 끝까지 검찰 조사를 받았어야지 자살은 비겁하지 않냐”, “자살은 스스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게 아니냐, 그게 무슨 놈의 서거냐, 오히려 나라를 다시 분열시키고 있다”, “그런 사람이 자살한게 무슨 민주주의의 후퇴냐” 등의 요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뭐라고 반박을 해야 할 지 명쾌하게 생각이 정리가 되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미디어법 통과를 두고 제가 보는 많은 신문과 잡지에서 격한 언어를 사용하며 독재와 민주주의의 후퇴를 말했습니다. 통과되는 과정을 본 저도 그날에는 격한 울분을 토해냈지만, 며칠 후 가만 생각해보니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이 뽑아준 다수당이 자신들의 방향에 맞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령 입장을 바꿔서 민주당이 국가보안법이나 집시법(민노당, 진보신당이 비정규직 철폐 및 보호 법안)을 같은 상황에서 같은 방식으로 통과시켰더라도 제가 보는 신문이 독재와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같은 표현을 썼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이 지난 정권 당시 만들어놓은 민주주의의 절차와 원칙이라는게 이렇게 손쉽게 뒤집을 수 있는 헐거운 것이었나 라는 회의가 들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궁금해졌습니다.
궁금한 게 많은 건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외식비와 책 구입비가 점점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아직 저는 위에서 말씀드렸던 질문에 대한 대답을 구하질 못했습니다. 누군가는 제 질문이 바보 같다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앞으로 이와 같은 질문에 답 할 수 있게 공부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이런 질문을 드립니다. 이렇게 글로 질문을 하는 게 처음입니다. 하지만 늘 궁금했고 저를 끊임없이 갈증나게 하기에 여러분께 도움을 구합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눈치 안보고 마음 편히 질문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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