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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21 소액금융의 성공가능성(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7

전통적으로 금융시장은 다른 시장에 비해서 정보비대칭성이 높아 시장실패의 가능성이 아주 높지요. 즉 금융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사회적 자본의 효율적 배분이 어렵다는 겁니다.

당연히 금융기관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용할당과 같은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사회적 약자, 즉 자금수요는 많으나 담보를 제공할 수 없는 빈곤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되고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시장에서 소외받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빈곤탈출을 위해 전통적 금융기관과 상이한 방식으로 소액대출 등 다양한 지원을 하는 특수한 형태의 대안적 금융을 소액금융(microfinance)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악화되는 소득불균형과 의료민영화 등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 사회보장의 확대 필요성에 대한 주장들 그리고 최근의 경제위기에 따른 빈곤층의 증가 등으로 한국에서도 소액금융에 대한 관심들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소액금융의 시초는 1976년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가 설립한 그라민 은행(Grameen Bnak)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라민 은행은 자활에 필요한 소액의 창업자금을 주로 여성들을 중심으로 제공하는데, 여성들이 주 대상이 되었던 것은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근로의욕이 더 높았기 때문이랍니다.

또한 담보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에 5명의 공동융자집단에 의한 연대보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집단구성원 간의 신뢰와 연대보증에 기반한 공동융자만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환의무는 구성원 모두에게 지우되 실제 융자는 개별적으로 제공되며 상환도 본인이 하도록 되어 있구요.

융자규모는 일인당 평균 3천 디카(약 75달러)이며, 대출금리는 연리 20%정도 상환기간은 1년이고 융자 후 1주일 후부터 일정액의 원리금 분할상환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라민 은행은 2001년 현재 약 2,300만명에게 생계형 창업자금을 제공하였으며, 약 95%에 이르는 높은 상환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지원받은 사람의 48%가 빈곤선을 벗어났으며 27% 이상이 빈곤선 근처 수준까지 생활수준이 개선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그라민 은행은 소외받는 취약계층을 위한 대안적 금융으로서 자본시장에서의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의 사회적 재활을 돕는다는 의미에서 생산적 복지라는 사회보장의 기능까지 담당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낸 대박상품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의 소액금융에 대한 관심 역시 그라민 은행의 성공에 영향받은 바 크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애초 그라민 은행의 운영목표는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의 원리에 근거하여 빈곤층을 경제적 자활을 지원하는 데에 있습니다.

물론 그라민 은행이 수익성을 전혀 추구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이는 당연한 일이지요.

지속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자금을 재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어야 하니까요.

외부의 자선에 기대어서 사업을 하는 데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그라민 은행처럼 정식 은행으로 승인을 받아 영업을 하는 경우에는 더더구나 그럴 것입니다.

실제로 그라민 은행의 경우지역에 따라서는 제도권 금융기관에 비해서 더 높은 금리를 부과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라민 은행의 수익성은 어디까지나 공익성이라는 목표와 충돌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추구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한계가 그리 명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대안적 금융 시도는 다른 나라에서도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가 멕시코의 꼼파르타무스 은행입니다.

이 역시 기존의 금융시장에서 소외받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자금을 공급하였으며, 그라민 은행과 같이 담보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꼼파르타무스 은행의 금리는 무려 연 90%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그라민 은행의 설립자인 유누스 교수는 꼼파르타무스 은행은 소액금융의 본래 취지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고리대 수준의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꼼파르타무스 은행의 상환율이 98%에 육박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꼼파르타무스 은행은, 적절히 제공될 수만 있다면 오히려 더 높은 수익을 통해서 더 많은 계층에게 안정적으로 금융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방식은 문제가 없다고

오히려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하는 소액금융의 취지를 더 잘 살리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쯤되면 착한 일 하는 러쉬앤캐쉬쯤 되나요?

이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과연 90%대의 금리가 과연 적절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지금 한국에서 금융소외계층이 찾는 곳은 아시다시피 러시앤캐시와 같은 대부회사들입니다.

금리로만 따지면 우리가 아니면 담보가 없지만 현실적으로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누가 필요한 자금을 공급할 건데? 우리를 악덕 사채업자로 매도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이들 대부업체의 항변이 나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 현재 대부업체의 금리는 연 60%를 넘지 않으니까요  

이자율만 놓고 보면 오히려 멕시코의 꼼빠르타무스보다도 한국의 대부업체들이 소액금융에 더 적합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들 대부업체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면 이들 대부업체는 한국의 대안적 금융, 즉 소액금융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일까요?

물론 쉽게 인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수익성과 공익성의 적절한 경계는 여전히 아리까리하다는 것입니다.

꼼파르타무스 은행은, 자신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 경계를 사이에 두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금리로만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금융을 제공할 것인가 대출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등등으로 소액금융의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만 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소액금융에 대한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시도 역시 공익성과 수익성이라는 딜레마 상황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고, 그 핵심에는 여전히 적정금리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어느 수준의 금리를 부과할 것인가 의 문제는 간과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그라민 은행처럼 창업자금 지원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창업교육을 지원하는 등의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우리 상황에서 러시앤캐시 수준의 금리수준을 부과한다면, 과연 이것이 대안적 금융으로 사회적 평가를 얻을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제도권 금융기관 수준의 금리를 부과한다면 과연 그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소액금융기관이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요.

만일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다면 안정적으로, 그리고 더 많은 계층에게 자활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소액금융의 취지는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스크롤의 압박을 줄이기 위해 이번 글은 이 정도까지만 하겠습니다. 사실은 아직까지 데이터상 보완할 것이 있기도 하구요 빨랑 글 하나 쓰라는 독촉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우선 준비된 대로 여기까지만 올립니다. 다음 글에서는 한국의 소액금융의 시도들을 살펴보고 과연 한국에서도 그라민 은행의 성공신화가 가능할 것인지 한국 소액금융의 성공가능성에 대해서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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