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논평'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10.25 도선사론-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우리의 태도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 2009.09.03 시국 선언 교수들 몽땅 조사하고 잡아가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
  3. 2009.08.12 미디어법 관련 쟁점 총정리*^^*(2) by vinoveri 2
  4. 2009.08.09 미디어법 관련 쟁점 총정리 *^^*(1) by vinoveri 3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43229
'한반도 항구' 주인이 도선사 역할도 못 한다니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우리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
09..22 10:05 ㅣ최종 업데이트 09.10.22 10:43 정대진 (whoami78)

"한국 외교의 지렛대는 남북관계에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외교관들이 우리나라 외교관들 만나면 물어보는 게 북한에 대한 정보나 김정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대해 우리 외교관들이 할 말이 없다면 별로 대접받지 못하는 거죠."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말이다. 얼마 전 열린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의 남북경협법률아카데미 개강 특강에서 나온 얘기다. 그날 이 전 장관은 작심한 듯 예정시간 저녁 8시 30분을 훌쩍 넘겨 9시 반이 다 돼서야 강의를 마쳤다. 그간 할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한국 외교의 지렛대로 남북관계를 제시한 대목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우리 남한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대목이었다. 이를 다른 말로 풀어보자면 '도선사론'이라 할 수 있겠다.

 

큰 항구에 가면 '도선사(pilot)'라는 직업이 있다. 밖에서 들어오는 배를 만나 물길을 안내하는 직업이다. 낯선 나라의 낯선 항구에 들어가는 배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그 나라의 물길과 항구 사정에 밝은 도선사가 있어야 배는 안전한 정박을 할 수 있고 다음 항해를 준비할 수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해야 할 역할이 바로 이 도선사이다. 우리는 북한이라고 하는 아직은 낯설고 폐쇄적인 국가에 접근하는 주변국의 외교정책을 안내해야 한다. 한반도라는 항구에서 외국 배가 잘못 위치를 잡거나 자기 마음대로 오고가면서 엉망진창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새로 출범한 올해 북미관계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출렁이고 있다. 이 때 대한민국은 도선사로서 미국이라는 배가 한반도에서 어떻게 항해를 해야 안전하고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를 설명하며 한반도라는 항구의 주인 노릇을 해야 한다.

 

올 들어 한반도라는 항구 안에서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하고, 미국에게 "핵군축을 하자"고 하기도 하며, 같은 항구에 사는 "남한과 전면적인 대결도 불사하겠다!"고 으르렁거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 여기자를 풀어주겠다며 클린턴 전 대통령을 불러들여 김정일이 활짝 웃는 낯을 전 세계에 드러내기도 했다. 또 중국 총리를 초청해서 "대화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나라는 북한과 미국, 중국 간의 교신내용도 귀를 쫑긋 세워 파악하면서 도선사로 외국 배에 올라타 길안내를 해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라는 항구의 주인으로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러려면 외국 배에 도선사로 올라타는 것도 중요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우리가 북한 사정에 정통해 있어야 한다.

 

한반도라는 항구에서 우리의 역할은?

 

현재 한반도라는 항구는 말하자면 철책을 치고 남항과 북항이 있는 꼴이다. 남항은 물자도 풍부하고 외국 배들도 많이 왕래하며 번영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북항은 폐쇄되어 항상 굶어죽기 직전이다. 살기 힘드니까 자기네 안 도와주면 쏴버리겠다며 미사일을 개발하고 핵을 무기로 삼아 협박을 일삼는다.

 

남항과 북항을 가로지르는 철책 너머로도 도발을 할 수 있다며 끊임없이 긴장을 조성한다. 살기 힘드니 죽기 살기로 엉겨 붙는 꼴이다.

 

상대가 이렇게 나올 때는 원하는 게 뭔지,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직접 대화를 하고 같이 살 길을 모색해봐야 한다. 물론 철책 너머로 좀도둑들이 내려오려고 할 때는 잘 훈련된 사나운 경비견들이 사정없이 물어뜯어 다시는 넘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이는 자랑스러운 정예 국군의 역할이다. 우리의 국군은 수십 년간 잘 훈련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있다.

 

이런 힘을 자신감으로 해서 철책 너머로 땡강 부리는 자들과 호기롭게 대화를 해야 싸우지 않고 그들을 이길 수 있다.

 

제 풀에 지칠 때까지 기다린다고 해서 제 풀에 지칠지 안 지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제 풀에 지쳐 쓰러질 거라 기대하면서 막상 외국 배에 올라탄들 할 수 있는 소리가 뭐 있겠는가. 그냥 기다리라고만 할 것인가.

 

도선사로서 한반도라는 항구의 주인노릇을 하고 싶다면 외국 배에 올라 북한이 생각하는 게 이러이러한 것이고 지금 외국 배가 한번 안전하게 북쪽 항에 배를 대주면 위험한 도발이나 무기개발을 거두겠다고 하니 이러이러한 길로 정박을 시도해보라고 권고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먼저 설득하고 항구를 열도록 할 줄도 알아야한다. 그걸 적극적으로 나서서 할 수 있는 건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항구에 사는 우리 대한민국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건설회사 사장을 해봤으니 잘 알 것이다. 근로자들과 직접 대화를 하고 회사가 큰 손해 안보는 범위에서 애로점을 개선해주는 현장과 일단 대화도 안하고 분위기만 살벌한 현장의 생산성 차이를 말이다. 그러니 대화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적십자 대화나 남북 당국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있는 듯하다. 정동영 의원이 지난 20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베이징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소식이 전해진 직후 현 정권의 핵심 실세와 김 부장간의 비밀회동설이 돌기도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물밑채널이라도 작동해서 남북이 대화하고 있다면 다행이다. 도선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김 부장의 동선을 노출하는 전략적 행동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남한 정부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속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압박이 가능한 이유를 생각해보라. 지난 일 년 간 현 정부가 얼마나 남북대화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허약한 면역체계를 보였으면 이런 압박도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오겠는가. 그러니 더욱 당당하게 도선사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정권을 잡고 일 년 넘게 해보니 다시 깨닫는 것도 있을 것이다. 왜 지난 남북정상회담이 당국 간 비밀회동에서 시작되고 외교라는 게 필연적으로 물밑채널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지 말이다. 그러니 솔직히 인정하고 야권이 지난 10년간 쌓아올린 노하우와 네트워크도 활용하는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 물론 야권도 이에 대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정략의 대상이 아니다.

 

도선사 역할 제대로 못하면 앞으로 할 말 없어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그 발표시점을 놓고도 말이 많았다. 총선 직전의 발표를 놓고 당시 야당이었던 현 집권당은 "정략적"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총선에 남북정상회담 성사 바람을 활용하려는 음모라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총선 직후에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했으면 어떠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총선에 불리할까봐 일부러 늦게 발표했다며 역시 "정략적"이라고 맹공을 퍼부었을 것이다.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미래는 이런 식으로 정략의 이용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승적으로 이 점을 인정하고 현 정권은 야권에게도 남북문제와 도선사 역할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도움을 구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거하면서까지 조문정국을 통해 남북 고위당국자 비공식 대화라는 선물을 남기고 갔다. 그간 일구어놓은 네트워크의 힘이었다. 여권은 이 힘을 인정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솔직한 지원을 구하고, 야권도 대범한 자세로 적극 협조해야 한다. 예전에 "정략적"이라고 맹공을 당했다고 "너네도 한번 당해보라"는 식으로 비협조적인 자세로 나오면 안 될 것이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 정파를 초월해 지금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된 보즈워스 전 대사를 비롯한 북한 전문가 그룹을 북한에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한반도 항구의 주인인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그랜드 바겐 정책에 대해 미 국무부 관리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고, 남북정상회담 관련 이야기가 미국 관리 입에서 나왔다가 "서로 오해가 있었다"며 덮고 가는 석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올해 초 캐서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솔직히 현재 미국이 할 일이 뭔지 모르겠다"라고까지 이야기했다. 한반도 항구의 주인인 우리가 도선사 역할을 제대로 안 했으니 갈 길을 모르겠다고 하는 소리다.

 

항구의 주인이 도선사 역할도 못한다면 배가 마음대로 들어와도 할 말이 없다. 깊이 생각할 일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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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시국선언한 교수가 4000명이 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한쪽에선 이것봐라, 드디어 교수들까지 들고 일어났다라고 비분강개 했으며, 다른 한쪽에선 시국선언을 한 교수는 교수 전체의 10% 밖에 미치지 못하는 숫자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모두 다 다른 신념과 가치체계를 가지고 살기 때문에, 누구는 이 정부에 찬성하고 혹은 반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는 시국선언을 할 수도 있고, 누구는 그게 무슨 엉뚱한 짓이냐고 손가락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야 어찌되었던, 법집행은 공정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이전 글에서 전 시국선언한 초중고 선생님들을 면직, 파면 등의 중징계와 비슷하게 서울대 등 국립대 교수들만이라도 같은 강도의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강하게 요청한 바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시국선언을 한 4000명이 넘는다는 교수들을 모두 다 조사할 것을 강력하게 외쳐봅니다. 그것도 새로운 첨단 기법으로 말입니다.

얼마 전 비분강개할만한 뉴스를 보았습니다. 여러모도 정부 비판적인 언행을 보여주었던 진중권씨가 중대 겸임교수 임용에 떨어진데 이어 홍대에서도 수업조차 못하게 된 기사였습니다. 더불어 일부 지방대에선 시국선언에 나선 교수들이 해임될 수도 있다는 조짐이 있다는 얘기까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374394.html 

사실은 처음엔 화가 났지만, 드디어 제가 처음에 이야기한 것처럼 공정한 법집행이 이루어지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제가 주장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수들이 짤렸다는 뉴스는, 진중권씨처럼 불안정한 위치의 강사들이 아니라 정교수가 짤렸다는 뉴스는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조사와 처벌도 그 사회적 파장을 생각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겸임교수 같은 강사들 말고 정말 대학교수 간판을 갖고 살아가는 분들을 조사하고 짤라야 그게 더 효과적이고 더 정당성 있어 보이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정부에서 직무유기를 하고 있나봅니다. 패킷 감청이라는 새로운 수사기법을 찾아낸 국정원이 이 수사기법을 경찰, 검찰, 교육부에게 얼릉 전수해주어 나머지 서울주요대학 정교수님들을 조사하게 만들어주어야 할텐데요.
관련기사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2583

혹시 몰라 제가 노파심에 비법을 전수해드립니다. 패킷 감청이라는 건, 인터넷 회선에서 오가는 전자신호(패킷)를 중간에서 빼내 수사 대상자의 컴퓨터와 똑같은 화면을 실시간으로 보는 것입니다. 기존의 ‘인터넷 감청’은 이미 주고받은 전자우편을 나중에 열어 보는 것인데, 패킷 감청은 인터넷 검색이나 메신저 대화 내용, 파일 내려받기 등 모든 인터넷 사용 내용을 감시할 수 있다고 합니다(이전 기사 참고).

그렇다면 설마 정부가 저 4000명의 이메일주소를 몰라 그러는걸까요? 각 대학 별로 갖고 있는 학과 홈페이지에 가면 교수들이 실제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가 올라와 있는데, 정부 여러분 참고해 주세요! 가끔 가다 개념 없는 조교들은 핸드폰 번호에 다른 이메일 계정까지도 알려주니까 부디 이쪽 루트를 통해 조사해주세요! 라고 외치고 싶네요...

보수건 진보건, 자유주의자건 사회주의자건,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치주의라는 틀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법집행은 공정명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는 모든 걸 떠나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기본 원칙입니다.

혹시, 교육부가 능력이 없다면, 검경이 대신하고, 검경으로는 도저히 어렵다면, 국정원 여러분들께서 최신 기법으로 저 4000명이 넘는 자들 중에 부디 앞장 선 행동하는 양심, 깨어있는 시민을 조사하여 잡아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시국선언 이후 중징계에 처해진 초중고 선생님들께서 지금 얼마나 억울하시겠습니까. 더 많은 월급, 더 놓은 사회적 위치를 가진 서울대 교수님들께서는 멀쩡히 살아있는데 자기만 죽어가니, 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공정하지 못한 일입니까?!

부디 최신기법을 사용하여 저 4000명을 몽땅 다 잡아가는 그 날까지 이번 패킷 감청과 같은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힘내시라고 오늘도 크게 한번 외쳐봅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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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이어집니다.)

나아가, 아무리 국민들이 뭐라 그래도 그냥 밀어붙이면 어떻게 할 거냐,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냐, 뭐 이런 얘기도 나올 수 있습니다. 어차피 칼자루를 쥔 쪽은 따로 있는게 아니냐는 말이지요. 맞습니다. 그럼, 뭐 할 수 없지요. 어차피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인데, 그가 임기 동안에는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민주주의란 그런 것이죠. 그러니, 선거가 중요한 겁니다.ㅎㅎ

그런데 국민들이 말을 안 듣고 다들 나서서 저항을 하고 정권의 적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일방적 정책이 이어지면, 납득하지 못한 국민들이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갈등이 심화될 것이구요. 이로써 생기는 정치적 부담은 모두 정부에게 돌아가게 되지요.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는 것은 정치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말입니다. 말하자면, 아무도 열심히 일하지 않는데 앞에서만 끌고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맘이 안 맞는 사람들하고 함께 일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법입니다.) 공무원에게 보내는 MB의 음성/문자메시지를 90% 이상의 공무원이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지워버린다고 하고, 또 내년부터 서머타임한다고 하니까 60% 이상의 국민이 일단 반대부터 하고 봅니다. 정부가 무슨 일을 해도 국민들은 일단 반감부터 울컥, 생기는 상황인 거죠. 

(지금의 이명박 정권이 취하고 있는 이러한 정치적 태도를 정치학에서는 흔히 "위임(委任)주의"라고 부릅니다. 국민이 날 뽑은 것은 나에게 전권을 위임한 것이다, 임기 중에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며, 모든 평가는 임기 후에 받겠다, 라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정치적 반대세력과 협의하고 타협하는 일에 무관심합니다. (위임주의의 대표적 사례는 영국의 마가렛 대처입니다.) 반대로 다수당이 소수파와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책을 결정해 나가는 태도를 "의회주의"라고 부릅니다. 의회주의에 비해 위임주의가 정치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아담 쉐보르스키의 진단입니다. 이 부분은 민주당 국회의원 김부겸의 글에서 빌려와 문맥에 맞게 고쳐 썼습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8&articleId=13680)

이건 정부 쪽에서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고 정치적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이걸 당사자들이 위기라고 느끼고 있느냐?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정부 쪽에서 이걸 위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인 것 같고, 그냥 잘 돌아가고 있다, 진작 이런 식으로 할 걸 그랬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은 다수인 것 같습니다. 그게 더 큰 문제이고, 그래서 국민들은 더 큰 절망을 느끼는 것이지만, 암튼 정부 쪽에서도 이건 힘든 사태입니다. 사람 하는 일이 억지로 해서 되는 일이 없는 법이지요.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면, 반드시 뒷탈이 나기 마련이구요. (그래서 '중도실용'도 내세우고, '서민'들과의 스킨쉽도 늘이는 것이지만, 이걸로 되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왔습니다. 이 정부에 기회가 있었다면, 그건 바로 작년 촛불 때였죠.) 

끝으로, 미디어법이 헌재에 통과되어 실행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해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조중동이 TV방송을 하게 되면, 국민들이 세뇌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떠는 사람도 있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는 우리 국민들의 정치의식, 시민의식이 만만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물론 조중동 TV가 방송을 시작하면, 그리고 보수적인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보도를 하게 되면, 지금보다 정보노출에 있어서 편향된 시각들이 전달될 가능성은 커지겠죠. 하지만 그만큼 매체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들이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이 상황은 유신과 5공 때를 생각해 보시면, 잘 이해가 될 수 있습니다. 유신과 5공 때는 모든 언론이 검열을 받아야 하는 관변언론의 시대였습니다. 그래서 모든 매체는 정권의 시각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해야 했죠. 하지만 이로써 매체의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국민들은 언론의 말을 거꾸로 이해했습니다. 언론에서 오늘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면, 국민들은 오늘 무슨 일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신문방송 모든 매체의 신뢰도를 합한 것이 '카더라방송'의 신뢰도를 못 당하던 시절이었죠. 만약에, MBC와 YTN이 조선일보와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이 정부에서 하는 일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천재지변에 준하는 세상이 온다면, 그런 일이 만약에라도 일어난다면, 그 때는 그럼 모든 국민들이 동일한 생각을 하고 말 잘 듣는 학생들처럼 정부 방침을 따라갈까요? 전 그럴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때는 다시 사람들이 찌라시를 뿌리고, 유언비어를 더 신뢰하는 세상이 되겠죠. 물론 이제는 그 찌라시가 트위터나 기타등등을 통해서 전달되겠지요. 

(이와 관련된 상반된 두 시각을 한번 비교해 보시죠. 먼저 홍세화의 "파시즘 경고와 언론법"입니다. 그는 언론장악을 통해 국민들이 세뇌가 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ERIES/114/365425.html 그리고 이와 상반되는 시각의 박태견칼럼입니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code=NAC&sch_key=&sch_word=&seq=52772 그는 조중동의 방송진출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지요. 논의의 초점이 국내 언론환경과 관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다음의 인터뷰에서 정세현이 보여주는 관점 역시 비슷합니다. 그가 하고싶은 말은 제목이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디어법으로 정보 질서 장악…그게 되겠습니까?"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090803233016&section=05 저는 후자의 입장을 지지합니다.) 

민심을 살피는 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마음을 얻으려 하지 않고, 언론환경을 유리하게 만들고 정보를 통제해서 국민들을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그래서 조중동방송이 생기면 국민들이 세뇌라도 되는 양 말하는 사람들이나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믿지 못하기는 매 일반입니다. 저는 이런 의견에 반대합니다. 혹세무민을 하기에는 우리 국민들이 그동안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며 배워온 것이 만만치 않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조중동의 신뢰도 하락이 이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의 <시사인> 여론조사를 보면, 자랑스럽게도 가장 불신하는 언론 1,2,3위를 조중동이 나란히 차지했습니다. 그들의 신뢰도는 떨어졌다 해도,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하지 않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 그들의 영향력 역시 예전같지 않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최근 미디어악법투쟁에 올인하고 있는 민주당은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맞짱을 뜨고 있습니다. 왜곡보도가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죠. 근데 이게 저한테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노무현이 대통령후보로 뜨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조선일보와 맞짱을 떴다는 것 아닙니까? (당시 대통령이었던 김대중 역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죠?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것은 조선일보와 싸웠기 때문이야.. 이 자리를 빌려, 김대중 선생님의 쾌유를 빕니다.ㅠㅠ) 그때 정치권에서는 모두들 노무현을 비웃었습니다. 쟤가 뭘 몰라서 저러지, 저러다 크게 다치지ㅉㅉ.. 하는 게 당시의 정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민주당 전체가 조선일보와 싸울 수 있는 세상이 된 겁니다.

이러한 영향력 하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조중동입니다. 이렇게 무리를 해서라도 미디어법을 개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바로 그 증거죠. 종이신문은 그 분야 전체가 사양산업이고, 정치적 영향력은 예전같지 않고..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죠.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잘 안 될 겁니다. 조선일보 사장도 그런 말을 했다지요? 방송에 진출하면, 빨리 망하고, 방송에 진출하지 않으면, 서서히 망한다고. 빨리 망할지 서서히 망할지는 모르지만, 암튼 잘 안 될 겁니다. 

미디어법 날치기 이후, 정부여당은 YTN 사장을 잘라 돌발영상 못하게 하고, MBC 방문진 이사진을 뉴라이트로 재구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유리한 정보만을 걸러서 내보내고 홍보를 강화하면 여론도 좀 나아지리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쓸데없는 일에 목숨걸고 있습니다. 언론사 사장들을 다 갈아치워도 이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그런 식으로 해서 여론을 장악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문화적 지체를 겪고 있는 올드보이들이나 이걸 모를 뿐이지요. 근본적으로는 민심을 거스르면서 잘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포카판에서 상대의 패를 다 알고 있으면, 내 패가 별 게 없어도 별로 겁나지 않습니다. (근데, 지금은 상대의 패도 별 게 없지요?ㅋ) 그럼 나만 잘 하면 됩니다. MBC의 엄기영 사장이 최근 리스크가 드러나면 그건 이미 리스크가 아니라는 멋진 말을 했습니다. 이제부터 리스크를 잘 관리하면 된다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이 싸움은 우리만 잘 하면 이길 수 있는 싸움입니다. 짜증나는 일들이 많은데, 너무 짜증내지 마시고 느긋하게 같이 싸우면 이길 수 있습니다. (최근에 김대중 선생님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잘못하는 일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명확한 의사표현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나아가, 인터넷에 글도 쓰고, 담벼락에 낙서라도 해야 된다고 하면서 일상적 실천에 대해 강조하셨습니다. 작은 불꽃 하나가 큰 불을 일으키는 법이지요.)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vinov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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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니 글이 길어져서, 글을 둘로 나눕니다.)

최근의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60-70% 이상이 미디어관련법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일단 정부여당이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미디어법들의 국회 통과에 관해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법안의 내용과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절차와 관련된 것이죠. 

먼저 첫 번째 문제. 미디어법 자체의 쟁점은 간단합니다. 여당에서 내세우는 명분은 미디어 선진화입니다. 최근에 급속하게 변한 미디어 환경에 맞게 미디어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것이지요. 야당에서 내세우는 반대 논리는 미디어 선진화도 좋고 다 좋은데, 이게 꼭 대기업과 종이신문사(사실은 조중동)의 방송산업 진출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야 하느냐 하는 것이죠.

이 문제에 대해 정부여당은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설득하겠다는 의지도 별로 없는 것 같구요.) 다시 말해, 대기업과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우려들이 있고, 또 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우에 문제가 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는데, 이런 문제들에 대해 설득력있는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않고 있지요. 

(그러니까, 누가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산업파급효과가 얼마이고,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몇십만개이고 어쩌고 하면서 이상한 숫자를 막 들이대면, 그 이야기에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그것도 신뢰가 안 가긴 마찬가지지만, 암튼 그런 이야기에 신경쓰지 마시고(그게 좋은 거라 치고), 그 좋은 걸 왜 꼭 조중동이 해야만 하는 거냐고 반문하시면 됩니다.)
 
근데, 이렇게 잘 납득되지 않는 법안을 국회에서 엉터리로 통과시켜 버리면서 문제가 커져버렸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억지로 해서는 부작용이 큰 법인데, 하물며 이런 문제가 많은 법이라면 오죽하겠습니까? 여론조사를 보면, 흔히 보수우파로 분류되는 쪽, 예컨대 MBC가 '종북좌빨'의 손에 장악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 법안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데, 많은 경우 이 사람들은 법안 통과과정의 우여곡절에 실망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보수우파에서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법질서 확립이죠. 근데 국회에서 이렇게까지 엉터리로 법을 통과시킬 줄은 몰랐다는 거죠.

어쨌든, 미디어법안에 대한 국민의 반대는 크게 이 두 가지에서 기인하지 않나 생각하는데요, 사실 국정 당사자의 핵심 정책이 다수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난항을 겪거나 좌초하게 되는 일은 비단 이번 정권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최소한 국민의 정부 때도, 또 참여정부 때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 일이지요. 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점도 있습니다.

그때는 정부여당이 어떻게든 반발하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과 논리가 있었고(물론 그에 반대하는 쪽의 명분과 논리도 만만찮았지요.), 또 많은 어려움을 겪어가면서도 그들을 어떻게든 설득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있었지요. 예컨대 이라크파병이나 종부세 문제처럼, 어떤 문제가 국민적 쟁점이 되어 많은 국민들이 그에 반대할 때도, 정책추진자들의 입장에서 나름 타당한 논리를 제시하고 국민들을 설득해 가려고 하는 노력이 있었다는 거지요. (물론 한미FTA 같은 경우처럼, 그런 노력이 부족했던 경우도 있었지요.)

그런데, 지금 정부는 이러한 설득의 의지와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지요. 말하자면, 어차피 반대할 놈들은 반대하게 돼 있으니까, 너네는 짖어라 나는 그냥 마이 웨이다, 이런 식이지요.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도 이러한 태도는 잘 드러납니다. 앞서 말했듯, 설득의 논리도 아주 궁색하구요. (정말 미디어 선진화가 문제라면, 국민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분소유 등의 쟁점사항을 미뤄둔다든지, 뭐 다른 합의점들을 찾아낼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지요.)

사실, 지금의 상황은 이 법을 지지하는 쪽에서도 실제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자 할 때는 이 법이 종이신문, 아니 사실은 조중동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입니다. 미디어 선진화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지요. 그러면서, 이게 왜 나쁘냐, '종북좌빨'로부터 방송언론을 구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공격을 하고 있는 형국이지요. 일테면, 밑바닥 정서의 바로미터인 인터넷 언론의 댓글들을 보면 주로 이 지점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디어 선진화는 그냥 명분일 뿐이라는 사실을 그들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지요. 근데 이게 자신들의 명분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는 아주 난처한 상황입니다. 조중동에서는 지면을 통해 미디어법이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는 건 정치적 공격일 뿐이라고 연일 주장하고 있지요. 법을 추진한 것은 조중동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근데 조중동이 방송언론을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인 것이지요. (프로이트를 읽은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게 빌려온 항아리를 깨뜨린 자가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암튼 별로 설득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근데 다수가 반대하면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것이냐? 그건 아니지요. 만약 그렇다면, 정책결정을 항상 여론에 따라서 하면 되지 정책결정자가 따로 있을 필요가 없지요. 이렇게 하게 되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포퓰리즘'이 됩니다. 다수의 의견이 항상 맞다고 할 수는 없는 거니까, 다수가 반대하더라도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반대 자체가 아니라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설득의 내용도 없고 설득의 프로세스도 없지요. 미디어법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저 바캉스철에 맞춰 법안을 날치기하고 나서, 이 시기만 지나가면 국민들은 다 잊어버리겠지,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정치공학적 발상이 문제인 겁니다. 

(이러한 시각을 솔직하게 잘 보여주는 것이 다음의 중앙일보 김상택의 카툰입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ec&sid1=110&sid2=307&oid=025&aid=0002024212&type=1 이미 바캉스를 떠나는 시민들에게조차 미디어법은 까맣게 잊혀졌다는 거지요. 이게 7월 25일자 만평이니까 날치기 통과되고 아직 3일도 안됐을 때의 만평입니다. 참 오만하지요?ㅋ)

현 정부에서 하는 일은 이런 식이지요. 진지하게 의제를 던지고, 토론하고 설득하고, 그리고 나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동의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부치지요. 그래서 불도저식 일방통행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지요...

(2편에서 계속됩니다.)
Posted by vinov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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